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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vs. 영화] 벨아미

기사입력 2015.12.15 11:27
  • ‘아름다운 친구’라는 뜻의 프랑스어 ‘벨아미’는 제목대로 잘생긴 청년의 이야기다. ‘여자의 일생’, ‘목걸이’, ‘비곗덩어리’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기 드 모파상의 작품으로, 벨아미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잘생긴 청년 ‘조르주 뒤르아’가 여자들의 호감을 이용해 일그러진 욕망을 채워나간다는 것이 이 작품의 핵심 줄거리다.

    19세기 말 파리, 가난한 퇴역군인 조르주는 우연히 옛 군대 동료였던 포레스티에를 만난다. 잘나가는 기자로 성공한 포레스티에의 도움으로 조르주는 신문사에 취직하게 되고, 포레스티에의 아내 마들렌의 도움으로 드 마렐 부인의 애인이 된다. 상류층 유부녀와의 밀회로 부와 지위를 얻은 조르주는 자신이 여자들을 마음을 얻는데 재능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조르주는 포레스티에가 죽자 드 마렐 부인을 버리고 마들렌과 결혼해 포레스티에의 자리를 고스란히 물려받는다. 하지만 조르주의 욕망은 점점 높아져만 가고, 욕망을 채우기 위한 그의 행보는 점점 과감해져 신문사 사장의 부인을 유혹하기까지 이르게 된다.

  • 소설 ‘벨아미’는 로버트 패틴슨이 조르주 역을 맡아 2012년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다.

    영화 ‘트와일라잇’에서 미남 흡혈귀 역을 맡아 세계적인 스타가 된 로버트 패틴슨은 비주얼적인 면으로는 그야말로 벨아미에 딱 적합한 배우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로버트 패틴슨의 매력을 너무 과신한 것인지 영화는 그와 여인들과의 관계 진전을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하는 바람에 몰입은 고사하고 내용이 뜬금없게 보일 정도로 만들었다. 신분상승에 대한 조르주의 욕망과 집착, 성공 가도를 달리며 점점 타락해가는 그의 성격 변화, 그리고 여인들을 유혹하기 위한 노력 등을 조금 더 세밀하게 보여줬다면 영화에 대한 평가는 훨씬 높아지지 않았을까 싶다.

    조금 아쉬운 조르주에 비해 조르주의 여인들은 꽤 훌륭하다. 원작에서는 다소 애매했던 백작과의 관계를 사랑이라 정의 내려준 마들렌 역의 우마 서먼이나, 원작 속 인물이 그대로 튀어나온 듯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준 비르지니 루세 역의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의 연기는 보는 것만으로도 유쾌하다.

  • 벨아미는 고전작품이지만 전혀 고리타분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성공을 위해 여자를 유혹하고 가차 없이 버리는 조르주의 모습은 막장 드라마 같은 말초적인 재미를 선사하며, 적나라한 당시 사회상과 상류층의 이중생활은 짜릿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파렴치하고 비열하지만 끝까지 승승장구하는 벨아미의 모습 역시 권선징악으로 끝나는 여느 작품들과도 차별화된 점이다.

    19세기 프랑스 문학에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은 이 작품은 원작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이왕이면 원작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조르주와 인물들의 관계와 심리상태 등을 파악한 상태에서는 영화가 생략한 수많은 장면이 그리 거슬리지는 않으며, 로버트 패틴슨에 덧입혀진 벨아미의 매력을 눈으로 확인하는 재미도 꽤 쏠쏠하기 때문이다. 단, 눈이 즐거운 것 이상의 더 큰 것을 원한다면 영화는 생략해도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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