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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vs. 영화] 파이 이야기

기사입력 2015.12.08 16:14
  • 2001년 출간된 얀 마텔의 소설 ‘파이 이야기’는 열여섯 살의 인도 소년 ‘파이’가 벵골호랑이와 함께 구명보트에서 227일 동안 태평양을 표류한 이야기다. 2002년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부커상을 받은 소설은 ‘이 시대가 낳은 모험소설의 고전’으로 불리며, 출간 후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서 스테디셀러로 사랑받고 있다.

  • 소설은 파이의 유년 시절을 다룬 1부와 호랑이와의 생존기인 2부, 멕시코 만에 도착한 후 병원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3부로 나뉘어 있다.

    수많은 수학적 비유와 난해함이 가득한 1부는 솔직히 많이 지루하다. 하지만 1부의 지루함을 견디고 나면 어디에서도 결코 맛보지 못할 황홀하고 짜릿한 신세계가 펼쳐진다. 그리고 기발하고 대담한 상상력으로 가득한 소설의 매력 속에 푹 빠져들게 된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는 2부에서 좁은 보트 위에 호랑이와 단둘이 남은 파이는 호랑이에게 잡혀 먹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매일매일 사력을 다해 호랑이 먹이를 구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파이의 두려움은 호랑이가 죽고 혼자 남겨질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변해가고, 호랑이가 있어 파이는 227일이라는 긴 기간을 살아남을 수 있었다. 긴 여정 끝에 멕시코 만에 정착한 호랑이가 파이를 남겨두고 비틀거리며 떠나는 장면은 호랑이 역시 파이 못지않게 그를 의지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하게 한다.

    파이의 절망과 공포, 그리고 고독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보여줘 이야기가 감히 거짓이라 생각할 수 없게 만든 소설은 마지막 3부에서 이 모든 것을 뒤집는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한다. 그리고 “어떤 이야기가 마음에 드느냐”고 물으며 진실을 미궁 속에 남겨놓는다. 하지만 파이의 두 가지 이야기 중 어떤 것이 진실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믿음이란 그것이 완전한 거짓이라 할지라도 진실이 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 소설 ‘파이 이야기’는 ‘와호장룡’, ‘브로크백 마운틴’, ‘색, 계’ 등으로 유명한 이안 감독이 연출을 맞아 2012년 원작과 같은 이름의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로 제작되었다.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소설보다 접근이 쉽다는 것이다. 소설과 달리 영화는 초반부터 어렵지 않게 관객들을 몰입시키고, 집채만 한 고래와 빛을 내는 해파리, 하늘을 나는 물고기 등의 장면을 3D 기술을 이용해 황홀하다 못해 경이롭게 되살려 관객들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파이 이야기’는 소설과 영화 모두 각기 다른 감동을 남겨준다. 물론 둘 중 우위를 따진다면 세밀함과 생생함의 정도가 높은 소설에 손을 들어주겠지만, 소설의 감동을 배로 높여줄 영화도 놓치지 않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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