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강한 글, 그림 | 북극곰
한해를 마감하는 12월엔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추천한 ‘12월의 읽을 만한 책’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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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이 노래에 가슴이 뭉클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주먹이 불끈 쥐어지는 아빠들이 많았다. 하지만 등 떠밀리고 쥐어 짜이는 듯해서 무서워지더라는 아빠도 있었다. 그런 아빠들은 혹시 이런 외계인이 아닐까.
이 책은 자신이 외계인이라고 생각하는 한 남자의 일대기를 다룬다. 외계인 친구를 만나고 싶어 하는 자신의 노력이 지구의 삶에 부딪히자 그는 ‘그냥 지구인처럼 지내기로’한다. 지구인으로 성장해서 군대도 다녀오고 회사도 다니다가 ‘마침내 외계인 친구’, 그러니까 엄마를 만난 아빠! ‘그런데 잘못 본 거’였다나. 지구인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혼나면서 외계인 친구 생각을 많이 하던 아빠는, 그러던 어느 날 ‘진짜 외계인 친구’를 만나고, 이 반가운 친구와 ‘밤새도록 그동안 못했던 얘기를’ 나눈다는 이야기.
그냥 스토리로 풀어냈으면 이게 왜 아이들용 책인가 싶을 내용이지만, 화자를 이 외계인 아빠의 ‘진짜 외계인 친구’, 그러니까 아들로 삼아서 자유로운 아이들 그림 같은 일러스트로 풀어내니 아이들에게 내어줄 자리가 생긴다. 친구가 털어놓는 자기 아빠의 비밀스러운 지난 시절에 귀를 쫑긋 기울이는 기분 같은 것.
아빠 일생의 부분들은 대체로 짤막한 한 줄의 문장 안에 고도로 집약되어 담긴다. 별 내용 없어 보인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런 텍스트 위에 풍성한 디테일과 복합적인 감성을 올려놓는 것이 그림책의 묘미이다. 아빠가 ‘그냥’ 지구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의 갈등과 고난, 절망과 좌절이 천진난만해 보이는 그림 안에서 끝없이 메아리쳐 울려오는데, 사연 많은 성장기를 지나 지금도 사는 게 힘겨운 아빠들의 마음이 울컥 하지 않을까.
| 추천자: 김서정(중앙대 문예창작과 강의전담교수)
- 편집= 김정아 jungy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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