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일반

세계의 신화, 사자(死者)의 부활을 꿈꾸다!

기사입력 2017.08.25 09:48
  • 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인 동시에 호기심의 대상이기도 하다. 살아있는 이는 모두 언젠가는 죽기 때문이다. 옛사람들은 사자(死者)를 위한 세계가 땅속 깊은 곳 혹은 죽음의 강 너머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사람이 죽은 후 죽은 자의 세계로 가듯 죽음의 경계를 넘어서면 죽은 이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믿기도 했는데, 이런 믿음은 세계 곳곳에서 사자(死者)의 부활에 대한 신화로 전해지고 있다. 세계 곳곳에 전해지는 사자(死者)의 부활 신화를 소개한다.

  • 그리스 신화 – 죽은 아내를 찾아 저승에 간 오르페우스
    뛰어난 하프 솜씨로 아르고호 원정에서 폭풍을 잠재우고, 사람들을 매혹해 희생시킨 세이렌의 노래를 물리친 것으로 유명한 오르페우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 중 가장 뛰어난 시인이자 음악가다.

    오르페우스는 님프인 에우리디케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한다. 하지만 에우리디케는 들판에 놀러 나갔다가 양치기 아리스타이오스를 만나게 되고, 그의 구애를 피해 도망가다 독사에게 발목을 물려 죽게 된다.

    슬픔을 이기지 못한 오르페우스는 아내를 찾아 저승을 찾아간다. 그리고 뛰어난 하프 솜씨를 발휘해 저승의 왕 하데스에게 아내를 데리고 돌아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낸다. 단, 이승에 돌아갈 때까지 절대 에우리디케를 돌아봐서는 안 된다는 조건에서다.

    돌아오는 길에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가 잘 쫓아 오는지 점점 궁금해졌고, 이승에 거의 다다랐을 때 결국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뒤를 돌아보게 된다. 순간 에우리디케는 저승의 암흑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저승 세계의 문은 두 번 다시 열리지 않았다.

    아내를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한 오르페우스는 이후 여성을 혐오하게 돼 동성애자가 되었다. 결국, 여인들의 원한을 사 죽임을 당한 그는 몸이 조각조각 찢겨 하프와 함께 강물에 던져졌고, 그의 하프는 하늘로 올라가 거문고자리가 되었다고 한다.

  • 일본 신화 – 저승에서 구출한 아내를 버린 이자나기
    일본 신화에 등장하는 창조신이자 천황가의 시조인 이자나기는 여동생인 이자나미를 아내로 맞아 일본의 많은 섬과 신들을 자식으로 낳고 살았다. 하지만 이자나미는 불의 신 가쿠즈치를 낳다 화상을 입어 죽고 만다.

    이자나기는 이자나미를 잃은 분노로 가쿠즈치를 칼로 베어버리고, 이자나미를 구하기 위해 죽은 자들이 사는 지하세계 요미노쿠니로 내려간다. 지하세계에 도착한 이자나기는 아내 이자나미를 만나고, 지상에 도착할 때까지 그녀의 얼굴을 보지 않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이자나기는 약속을 어기고 아내의 얼굴을 보게 되는데, 이자나미의 얼굴이 썩어 구더기가 들끓는 흉한 모습인 것을 보고 놀라 달아나고 만다.

    이자나미는 거느리고 있던 귀신들을 보내 이자나기를 쫓았지만, 이자나기는 빗, 죽순, 복숭아 나뭇가지 등을 던져 귀신들을 따돌렸고, 요미노쿠니와 지상의 경계인 요모쓰히라사카의 지상쪽 입구를 큰 돌로 막아 아자나미에게 완전한 이별을 고했다.

    화가 난 이자나미는 “땅에 사는 인간을 하루에 천 명씩 죽이겠다”고 외쳤고, 이자나기는 이에 “그렇다면 나는 하루에 천오백 개씩 산실을 짓겠다”고 대꾸했다. 이렇게 해서 지상의 인간은 태어나면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 되었고, 이후 이자나미는 저승 땅을 관장하는 신으로 모셔지게 되었다.

  • 제주 신화 – 생명꽃으로 어머니를 살린 할락궁이
    죽음과 부활을 다룬 신화의 주인공은 대부분 연인을 살리기 위해 저승으로 갔지만, 제주 신화 속의 할락궁이는 죽은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저승에서 돌아왔다.

    할락궁이는 서천 꽃밭의 꽃 감관 사라도령과 원강암 사이에 태어난다. 원강암은 임신한 몸으로 남편을 따라 서천 꽃밭을 가다 지쳐 천년장자 집에 남아 종살이를 하며 할락궁이를 낳는다.

    천년장자는 원강암의 아름다움에 반해 그녀를 첩으로 삼길 원하지만, 원강암이 거부하자 그들 모자를 끊임없이 괴롭힌다. 천년장자의 핍박을 견디지 못한 할락궁이는 원강암에게 아버지의 행방을 묻고, 서천 꽃밭으로 아버지를 찾아 나서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서천 꽃밭에 도착한 할락궁이는 아버지 사라도령을 만난다. 하지만 아버지를 만난 기쁨도 잠시, 어머니가 천년장자에게 억울한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라도령은 슬퍼하는 할락궁이에게 원수를 갚고 원강암을 되살릴 수 있는 서천 꽃밭의 꽃을 주어 천년장자의 집으로 되돌려 보낸다.

    할락궁이는 사라도령에게 얻어 온 멸망 꽃으로 천년장자의 일가친족을 죽이고, 뼈 오를 꽃, 살 오를 꽃, 피 오를 꽃, 오장육부 기를 꽃 등을 이용해 원강암을 되살린다. 할락궁이는 살아난 원강암과 함께 서천 꽃밭으로 되돌아 간다. 이후 사라도령은 저승아비, 원강암은 저승어미가 되었고, 할락궁이는 서천 꽃밭의 꽃감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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