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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읽을만한 책] '역사와 어원으로 찾아가는 우리 땅 이야기', 감칠맛 나는 이름 순례

기사입력 2015.11.12 15:36
최재용 저 | 21세기북스
독서의 계절 가을,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추천한 ‘11월의 읽을 만한 책’을 소개한다.
  • 이 책은 현재의 북한 지역을 포함한 한국의 다양한 땅 이름의 유래와 의미를 언어학과 국어학 차원에서 꼼꼼하게 고증하여 쉽게 풀어 설명한 교양도서이다.

    땅 이름의 연원과 변화 과정을 살피기 위해 저자는 땅 이름에 얽힌 전설도 두루 섭렵하여 소개함으로써, 자칫 딱딱해질 수도 있는 언어학적 설명에 재미를 입힌다. 이를 통해 단순히 땅 이름의 유래만 밝히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구비문학의 큰 자산인 자잘한 전설들을 일정한 기준으로 정리해 보존하는 부수적 효과도 노린다. 또한 땅 이름 변화의 언어학적 흐름을 독자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 우리말 여러 단어의 유래를 땅 이름과 관련지어 설명한다. 특히 이 책에서는 땅 이름의 의미를 기준으로 모두 17개의 소주제로 분류하여 설명함으로써, 유사한 의미를 지닌 땅 이름들이 전국에 걸쳐 어떻게 분포하는지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서울·신촌·철원 등의 땅 이름은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모두 ‘새로운 마을’(새말)이라는 의미를 갖는 지명이므로 함께 묶어 파악하는 식이다. 이처럼 여러 땅 이름의 공통 주제어(의미)를 밝혀서 묶는 작업은 그 땅 이름의 본바탕이 된 우리 옛말을 소급해 올라가며 찾는 여정이자, 한국 역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 지명이 많이 등장했는지 시대를 내려오며 파악하는 길이기도 하다. 땅 이름도 우리말의 일부분이기에 당연히 우리말의 역사와 함께 변해왔기 때문이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려 복수의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땅 이름이나 단어의 경우에는 그런 이견들을 함께 소개함으로써 최종 판단을 독자들에게 맡기는 점이다. 21세기 글로벌시대를 사는 우리는 서울에 살면서도 ‘서울’의 의미를 제대로 모르며, 비로봉에 오르면서도 비로봉이라는 같은 이름이 왜 치악산·소백산·속리산에 두루 있으며 금강산에도 있는지 잘 모른다. 이 책은 바로 그동안 우리가 거의 잊고 있던 우리 땅 이름의 의미를 국어학과 역사학을 융합하여 감칠맛 나게 풀어준다.

    | 추천자: 계승범(서강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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