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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읽을만한 책] '언어로 세운 집', 32명 시인들이 보내는 초대장

기사입력 2015.11.12 15:25
이어령 저 | 아르테
독서의 계절 가을,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추천한 ‘11월의 읽을 만한 책’을 소개한다.
  • 이 가을, 잠시 잊고 있었던 시의 빛깔들이 단풍처럼 붉게 물들었으면 좋겠다. 한국인은 시를 사랑하는 민족인데, 왜 이 땅에 숨을 쉬는 우리의 시가 요즘 편안하지 못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아마도 많은 독자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현실 때문이리라.

    이런 시점에 출간된 이어령의 '언어로 세운 집'은 이 땅에 새로운 시의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의미 있는 시그널이다. 이 책은 20세기를 시작하며 한국인의 정서를 내밀하게 형상화했고 한국인의 지성을 든든하게 지탱해준 32명 시인들의 시가 새로운 옷을 입고 있는 풍경을 보여준다. 김소월, 이육사, 김영랑, 유치환, 정지용, 조지훈, 이상, 윤동주, 김수영 등,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그들의 언어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다시 불꽃을 던져주기에 충분하다. 문학의 본령인 시에 화려한 날개가 펼쳐지는 느낌을 감출 수 없다.

    저자는 이들 32명 시인들의 작품을 단순히 우리의 기억에서 불러내는 것이 아니라 시어 하나하나에 깃든 의미를 새롭게 일깨워주고 있다. 곧, 시를 에워싸고 있는 시의 공간적 시대적 배경 혹은 시인의 전기적 사실에 의존해 온 우리의 시 해석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저자는 그 과정을, “시의 집 전체를 투시하고 그 내부와 의자를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요술 거울, 그리고 그것으로 비추어 본 32편의 한국 시에 대한 텍스트 분석이 불빛이 새어나오는 창문 그리고 반쯤 열린 문 사이로 들여다보이는 뜰의 신비한 체험을 얻게 할 것”이라고 표현한다. “시는 언어로 쌓아 올린 건축 공간”이라고 힘주어 서술하고 있다.

    그런 시각으로 보면, “엄마야 누나야 강변(江邊) 살자” 라고 노래한 김소월의 시에 숨어 있는 시의 공간은 무엇일까. 강변에 살자고 호소하는 화자의 마음에 숨어 있는 공간, 그것을 찾아보는 일은 여간 흥미로운 게 아니다.

    우리의 가슴이 다시 시를 찾아 읽으면서, 이 가을 새로운 언어의 집을 지었으면 좋겠다. 시의 집으로 모시는 이 초대장을 현명한 독자들은 흔쾌히 받아 주리라 믿는다.

    | 추천자: 오석륜(시인, 인덕대 일본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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