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일반

[심형철의 실크로드 기행] #10 돌아올 수 없는 타클라마칸

  • 중국 민족학 박사 심형철
기사입력 2015.11.14 02:00
  • 언젠가 사진으로 사막의 후양림(胡楊林)을 본 적이 있다. 수 백 년을 훨씬 더 살았음직한 아름드리나무들이 사막의 모래 속에 뿌리를 박고 숲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에 경이감을 금치 못하였었다. 이제 그 후양림을 마주할 수 있다니 벌써 신비감이 몰려온다.

  • 타클라마칸
    ▲ 타클라마칸
    작열하는 태양의 열기를 받고 은빛으로 반사되는 모래 바다. 세상에 온통 모래와 하늘만이 존재하는 곳, 바로 타클라마칸 사막의 심장을 향해 전진한다. ‘타클라마칸’이란 말은 스키타이어로 ‘돌아올 수 없는’이란 뜻이다. 한 번 들어가면 방향을 잃고 해매이다 죽음을 맞이한다는 곳. 얼마나 많은 사람과 동물들이 이곳을 지나려다 모래에 묻혔을까?

    천산 산맥과 곤륜산맥의 사이에 자리 잡은 타리무 분지. ‘타리무’란 웨이우얼어로 ‘수자원이 풍부한’이라는 뜻이다. 타리무 분지의 대부분이 바로 타클라마칸 사막이다. 드디어 나는 문명의 기적으로 이루어진 타클라마칸 사막을 횡단하는 도로 위를 달렸다.

  • 타무라 강
    ▲ 타무라 강
    예상과는 달리 사막을 가로 지르는 강이 나타났다. 이 강은 타리무강으로 총 길이가 213㎞이고, 내륙에서 가장 길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높은 산에 쌓인 눈이 녹아내려 계곡을 이루고, 계곡들은 서로 어우러져 강이 되어 사막을 관통한다. 타리무 강변의 후양림이 한눈에 들어온다. 도저히 생물이라고는 살 수 없을 것 같은 사막 가운데에 숲이 있다는 것 자체가 경이로울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후양나무는 천년을 살 수 있고 죽어서도 천 년 동안 쓰러지지 않으며 쓰려져도 천 년 동안 썩지 않는다.”고 말한다. 후양나무의 강인한 생명력을 잘 나타내는, 지나친 과장의 표현이지만 사막의 모래 폭풍과 건조한 기후를 이겨내고 수 천 년을 지켜온 후양나무가 타클라마칸과 진정한 주인이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 후양나무
    ▲ 후양나무
    후양림을 지나 그 유명한 죽음의 모래 바다 타클라마칸의 복부를 향하였다. 타클라마칸 사막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유동사막(모래가 바람에 의해 수시로 움직이기 때문에 지형도 따라 변하는 사막)이다. 이곳을 관통하는 도로의 길이는 522㎞로 북단은 샤오탕(蕭塘)이고, 남단은 민펑(民豊)이다. 1993년 3월부터 도로를 건설하기 시작하여 1995년 9월에 역사적인 개통을 하였다.

    도로는 폭이 약 10m의 아스팔트로, 왕복 주행도로의 폭은 7m, 갓길의 폭은 3m로 설계되었다. 사막의 모래를 다지고 다져 도로를 만들고, 도로의 양편에는 격자 형태로 갈대를 엮어 도로를 따라 설치하였다. 이는 모래에 의한 도로의 유실을 막기 위함이다. 또한 바람에 의한 모래의 이동을 막기 위한 갈대 울타리가 길을 따라 도로의 길이만큼 세워져 있다. 격자형으로 설치한 방사용 갈대의 면적이 약 2만㎢나 되고, 갈대로 만든 울타리의 길이만도 446㎞에 이른다고 한다.

  • 끝없는 도로
    ▲ 끝없는 도로
    도로가 높아지면 앞뒤로 끝없는 아스팔트의 기나긴 모습이 드러난다. 마치 거대한 용이 사막을 헤엄치고 있는 듯, 구불구불한 기복을 따라 끝도 없이 연결되어 있다. 도로는 한마디로 은빛 바다를 헤엄치는 한 마리 용이다.

    차를 멈추고 타클라마칸의 모래를 만져보기로 했다. 굽이굽이 늘어선 사구는 파도가 되어 내게 밀려오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한다. 방사용 갈대들은 마치 모래위에 돋아난 털처럼 끝자락만 내밀고 있다. 도로를 벗어나 모래에 발을 디디는 순간 뜨겁다 못해 따갑다는 느낌이 엄습한다. 모래는 해변의 백사장 모래가 울고 갈 정도로 곱다. 모래 장난을 치며 사진을 찍고 있으려니 이곳이 죽음의 사막이라는 사실을 전혀 느낄 수가 없다.

  • 방사용 갈대
    ▲ 방사용 갈대
    막막한 모래 구릉들이 파도처럼 끝없이 뻗어나간 사막의 중심에 섰다. 눈을 들어 멀리 바라보면 모든 것이, 시간마저 정지한 듯하지만 발가락을 간질이는 모래의 움직임은 제법 빠르다. 그제야 발밑을 보면 죽은 듯, 숨을 멈춘 듯한 사막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마치 정지한 듯하지만 언제나 빠르게 흐르고 있는 인생 같다. 혹시 먼 곳만을 보고 달려가다 문득 어딘가를 간질이는 느낌이 있어 돌아보면 황혼이 저만큼 와 있지는 않을까?

    모래언덕은 바람의 방향에 따라 서북쪽에서 동남쪽으로 무리를 지어 형성한다. 1m에서 3m 정도의 낮은 구릉이 남쪽으로 갈수록 5m, 10m로 높아지면서 초승달 형태로 변한다. 북단에서부터 130㎞ 지점인 사막의 중심지역에 이르자 30m이상의 높이로 변하였다. 사구와 사구 사이에 작은 회오리바람이 인다. 말로만 듣던 돌풍이라도 분다면…… 아,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사막에서의 황홀한 일몰을 상상했으나 시나브로 어두워져 가는, 고요와 정적만이 감도는 저녁 무렵이 되었다. 부드럽지만 광기를 간직한 모래, 정체불명의 두려움이 숨쉬는 사막 가운데에서 외경심을 느끼는 것은 이곳을 지나는 모든 이들의 공통점이 아닐까.

  • 중국 민족학 박사 심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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