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루판의 포도는 중국 내에서도 가장 유명하다. 그냥 먹는 맛도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아주 탁월한 맛이지만 잘 말려 만든 건포도는 단연 세계 제일이라 하기에 손색이 없다. 투루판의 명물인 포도를 맛보기 위해 포도원에 도착하였다. 포도원 입구에는 티옌산에서 눈이 녹아서 만들어진, 얼음같이 찬 계곡물이 흐르고 있다. 물이 절대 부족할 것만 같은 이곳에 이렇게 세찬 급류가 흐르고 있다는 것에 놀라고, 안으로 들어가서는 포도밭의 규모에 또 한번 놀란다. 투루판이 중국 최대의 포도 산지임을 뽐내듯 포도원의 길이는 8㎞, 폭은 2㎞에 이르는 실로 광대한 포도밭이다. 포도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하늘이 안보일 정도로 포도 넝쿨이 뒤덮인 길을 따라 산책을 하였다. 머리 위에는 싱그러운 청포도가 주렁주렁 열려 있다. 연못가 평상에 앉아 웨이우얼족 전통복장을 입은 아가씨들이 쟁반에 담아주는 탐스런 포도를 실컷 먹었다. 웨이우얼족의 생활 습관대로 바닥에 상을 펴고 앉아 포도를 먹고 있자니 마치 여름밤 시골 마당의 평상에 앉아 수박을 먹는 듯한 정겨운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투루판 포도원 내의 포도 전시관에 가보니 이곳에서 포도를 재배한 역사가 2천 년 이상이고, 그 종류만도 100여 가지에 이르렀다. 특히 이곳의 특산물인 건포도는 우리가 흔히 먹을 수 있는 머루빛 색깔이 아니라 속이 비치는 연한 연두색도 있고 연한 노란색도 있다. 적당히 건조된 포도의 색깔은 마치 봄날 나무 가지에 움튼 새싹과도 같아 보기에도 좋지만 달콤하면서도 졸깃졸깃한 맛에 매료되어 계속 손이 가게 된다. 투루판의 포도는 당도가 높고 사막 기후의 특성상 병충해가 거의 없다. 밭에서 방금 딴 포도를 물에 한 번 헹구는 정도로 가볍게 씻고는 한 송이를 통째로 들고 입으로 따서 껍질까지 씹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투루판이 세계적인 포도 생산지가 된 것은 칸얼징이 있기 때문이다. 칸얼징[坎爾井, Karez의 중국식 표기]은 일종의 인공수로이다. 천산산맥의 만년설을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로 이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인간의 지혜가 창조한 걸출한 세계적 명물이다. 투루판의 칸얼징은 물길만 2,000여 개나 되고, 물길의 총 길이는 5,000여㎞나 되는 아주 길고도 정교한 구조로 되어 있다. 이것은 중국 대륙을 관통하는 황하의 길이와 비슷하며 중국이 자랑하는 대운하의 길이 3,200㎞를 훌쩍 초과하는 것이다. 때문에 투루판의 칸얼징은 중국에서 만리장성, 대운하와 함께 3대 대역사로 평가되고 있다.

칸얼징은 건조한 기후에 의해 증발되는 물의 양을 최소화하고, 모래를 동반한 강풍에 의한 파손 및 외부로부터의 오염원을 차단할 수 있으며, 물의 온도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최적의 구조이다. 물은 인체의 혈관처럼 연결된 지상 수로를 통해 마을의 도로 옆까지 돌고 돌아 가로수에까지 공급되고 꼬마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