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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의 발칙한 야구이야기] '비 온 뒤에 더 강해진 곰(두산), 물 먹고 퍼진 사자(삼성)' 한국시리즈 3차전

기사입력 2015.10.30 17:40
  • 생애 첫 한국시리즈를 승리로 장식한 장원준. 두산베어스 홈페이지 제공.
    ▲ 생애 첫 한국시리즈를 승리로 장식한 장원준. 두산베어스 홈페이지 제공.
    또 하나의 변수가 생겼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비까지 더해진 것이다. 2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5 한국시리즈 3차전은 갑작스럽게 내린 비와 함께 시작되었다.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 등 주축 선수 3명이 빠진 게 삼성의 악재였다면, 이번 비는 누구에게 유리할지 혹은 불리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과연 이 비는 행운으로 작용할까 아니면 불운으로 작용하게 될까.

    두산은 비와 관련해서 잊을 수 없는 상처가 있다. 지난 2009년 두산과 SK가 맞붙은 플레이오프 5차전이 그랬다. 2승 2패로 마지막 한 경기만 남겨둔 상황에서 2회 초 김현수의 솔로포가 터졌지만, 폭우와 함께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포스트시즌 내내 부진했던 김현수가 부활하려는 시점에서 비가 경기를 중단시켰고, 결국 다음날 열린 경기는 3:14의 참담한 결과로 이어졌다.

    이날 경기의 시작은 삼성에 유리해 보였다. 날씨 탓인지 두산 선발 장원준은 힘겨운 승부를 이어가고 있었다. 1회 삼성의 톱타자 구자욱에게 8개의 공을 던졌고 끝내 내야 안타를 허용했다. 2번 타자 박해민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기는 했어도 3번 타자 나바로에게 적시타를 맞고 선제점을 내주고 말았다. 더 이상의 실점이 없었음에 만족해야 할 정도였다. 장원준이 1회에 던진 공은 무려 29개에 달하기도 했다.

    반면, 삼성의 선발 투수 클로이드는 무난하게 이닝을 끌고 갔다. 1회 두산의 선두 타자 정수빈을 상대하면서 5개의 공을 던지고 6시 55분부터 약 20분간의 경기 중간에 들어갔으나 어깨가 식거나 투구 밸런스에 문제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와 달리 민병헌을 병살로 잡아낸 데 이어 2회에도 오재원을 병살로 처리했다. 1회에 던진 공은 10개였고 2회에도 12개에 불과했다. 

    그런 둘의 처지가 바뀐 건 3회였다. 이번에는 장원준이 던지고 있던 7시 37분부터 약 32분간 경기가 중단됐다. 경기가 계속된 후 장원준은 나바로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으며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클로이드는 달랐다. 선두 타자 박건우에게 내야 안타를 허용한 후 로메로를 우익수 플라이로 잡은 다음 연속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1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비록 실점은 하지 않았으나 위태위태해 보였다.

    그리고는 4회에 기어이 사달이 나고야 말았다. 선두 타자 김현수와 양의지를 연속 볼넷으로 내보내 무사 1-2루의 실점 위기를 초래했고 박건우에게 2타점 적시타까지 허용했다. 5회에도 선두 타자 정수빈에게 2루타를 맞고 허경민을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내더니 김현수의 고의4구에 이어 양의지에게 희생 플라이를 허용해 1점을 더 내주었다. 그나마 대량 실점하지 않은 점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 정도였다.

    6회는 두 번째 투수 심창민이 올라왔지만, 마운드 불안에 이어 야수 실책까지 겹치면서 안팎으로 흔들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1사 만루 상황에서 허경민의 2루 땅볼을 무리하게 직접 처리하려던 2루수 나바로가 1루에 악송구하면서 2점을 더 내주는 참사로 이어졌다. 나바로는 민병헌의 우익수 플라이 때도 무리하게 쫓아가다 우익수 박한이 수비에 방해될 뻔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비의 영향으로 클로이드가 제구의 난조를 보인 데 비해서 장원준은 빠르게 안정을 찾아갔다. 8회 투아웃까지 마운드를 지킨 장원준은 127개의 공을 던지면서 피안타 6개와 사사구 1개로 1실점 하는 데 그쳤고 자신의 첫 한국시리즈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8회에는 1사 1루 상황에서 나바로의 안타성 타구를 좌익수 김현수가 그림 같은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면서 장원준의 승리를 지원하기도 했다.

    2승 1패로 앞서가기 시작한 두산 김태형 감독은 "장원준이 잘 던져줬고, 모두 깔끔하게 좋은 경기 했다. 장원준은 1회부터 공이 좋았다. 투수코치와 상의한 뒤에 장원준이 130개까지 가겠다고 했다"며 장원준을 치하한 후 "번트를 대면서 역전을 했는데, 실책까지 나오면서 승기를 잡았다. 지명타자가 고민이었는데 정수빈이 지명타자를 맡고 박건우가 선발로 뛴 것이 모양새가 괜찮은 것 같다. 당분간은 이렇게 가야 할 것 같다"며 경기 내용에 만족해했다.

    경기에서 패한 삼성 류중일 감독은 "처음에는 분위기를 잡았는데 이후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6회 나바로의 송구 실책이 조금 아쉽다. 2점을 더 내주면서 승부가 어렵게 진행됐다"며 아쉬워했고 "비로 경기가 중단되면 투수가 불리한데 장원준은 덕을 봤던 것 같다. 4차전 선발로 피가로를 선택한 것은 더 이상 밀리면 안 되기 때문에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기 위해서 냈다. 장원삼은 어렵지만 여차하면 차우찬까지 쓰겠다"며 전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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