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앤더슨 저/최파일 역 | 삼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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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 연구에 기여한 다양한 인물들을 폭넓고 상세하게 다룬 책이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리니우스부터 시작하여 다윈, 훔볼트, 카슨에 이르는 우리가 익히 아는 인물들만이 아니다. 이 책은 그들의 명성에 가려져 있었거나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자연사라는 건축물의 튼튼한 기초와 굵은 기둥을 세우는 데 나름대로 한몫을 한 수많은 인물들까지 세밀하게 묘사한다. 그러면서 틀린 점도 있었지만, 이런저런 측면에서 자연의 모습을 꿰뚫어본 혜안을 보였다고 꼼꼼하게 평을 한다. 많은 학자들이 “아무 일도 없었다”라거나 “암흑기였다”라고 한 마디로 치부하고 넘어가는 중세시대에도 나름대로 자연사에 기여한 인물들이 있었다고 밝히기도 한다. 또 전쟁과 논쟁, 시대 분위기 등 당시의 역사도 곁들여서 린네와 베이츠 같은 인물들이 왜 그 시대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도 설명한다. 각 연구자의 접근법이 어떤 특징이 있고 후대에 어떤 영향이나 악영향을 미쳤는지도 말해준다. 자연을 연구하는 이가 남들에게 하찮아 보이는 것들에게 따스한 시선을 건네듯이, 저자는 그 시선을 잊힌 자연사학자 한 명 한 명에게로 향한다. 이 세심함에 힘입어서, 몇몇 유명 인물에게만 초점을 맞추었을 때 놓치기 쉬운 자연사 연구의 역사가 환히 드러난다. 자연사 분야는 1950년대 이후로 분자생물학 같은 활기 넘치는 분야들에 떠밀려서 점점 찬밥 신세가 되었다가 최근에야 서서히 회복되는 중이다. 자연사 연구의 역사를 훑은 이 책은 최근에 자연사 전체가 얼마나 낯선 분야가 되었는지, 즉 우리가 생태학 같은 과학이 말하는 자연 자체에 얼마나 소홀해졌는지를 일깨우는 역할도 한다. 직접 자연을 관찰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새삼 되새기게 한다. 덧붙이자면, 저자의 시각이 마음에 안 든다고, 직접 알아보겠다고 자연으로 나서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한다는 저자의 바람이 실현되기를 응원한다.
| 추천자: 이한음(과학 전문 저술 및 번역가)
- 편집= 김정아 jungy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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