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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투수전보다는 난타전이 기대되던 경기였다. 올 시즌 18승으로 다승왕에 오른 두산 유희관과 백전노장 NC 손민한이 선발 맞대결을 예고하고 있었지만, 어차피 승부는 방망이로 결정되리라 예상되던 경기였다.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초반부터 점수를 주고받으며 시소 경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마산에서 1승 1패를 주고받으며 잠실로 자리를 옮긴 한국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3차전 이야기다.1회 초 공격에 나선 NC는 톱타자 박민우의 2루타에 이은 도루와 3번 타자 나성범의 희생플라이로 기분 좋게 선취점을 올릴 수 있었다. 1회 초 테임즈의 2루타로 얻은 2사 2루와 2회 초 손시헌의 2루타로 잡은 1사 2루의 기회가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못했어도 NC로서는 일단 2차전 승리의 기분 좋은 흐름을 이어가는 듯 보였다.두산도 득점에 시동을 걸고 나섰다. 1회 말 정수빈의 좌전 안타로 잡은 무사 1루에 이어 1사 2루, 2사 만루의 기회를 살리지는 못했지만 2회 말 공격에서 최재훈의 좌전 안타에 이은 정수빈의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로 비교적 손쉽게 동점을 만들어냈다. 게다가 2사 3루 상황에서 허경민의 타구를 NC 2루수 박민우가 1루로 악송구하면서 1점을 거저 얻기도 했다.화끈한 타격전이 예상되던 경기는 3회부터 NC의 일방적인 흐름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1번 타자 박민우의 안타를 시작으로 2번 김종호의 우중간 안타, 3번 나성범의 우익수 플라이, 4번 테임즈의 적시타로 승부의 균형을 맞춘 NC는 두산의 두 번째 투수 노경은을 상대로도 5번 이호준의 좌전 안타, 6번 이종욱의 우전 안타, 7번 손시헌의 좌측 안타가 연이어서 정신없이 터졌다.3회에만 NC가 추가한 점수는 4점이었고, 7회에는 무려 5점을 더하면서 스코어는 10:2로 벌어졌다. 9회에 최재원의 솔로포로 14점째를 얻은 NC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플레이오프 최다득점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이어 노진혁의 투런포까지 터지면서 지난 2009년 SK 와이번스가 두산을 상대로 기록한 플레이오프 최다득점(14점) 기록을 경신하기까지 했다.19안타를 몰아친 NC의 방망이가 춤을 추는 동안 두산의 방망이는 불발탄처럼 좀처럼 터지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이날 두산이 기록한 안타는 단 3개. 그나마도 1회와 2회에 정수빈이 기록한 2개를 제외하면 안타를 기록한 타자는 2회 최재훈이 유일했다. 3회부터는 단 하나의 안타도 남기지 못했고 사사구 3개를 얻어내는 데 그쳤을 뿐이었다. 난타전은 난타전이되 철저히 NC의 일방적인 난타전이었던 셈이다.경기 결과와는 상관없이 풍성한 기록이 더해지기도 했는데, 먼저 5이닝 동안 마운드를 지키며 2실점 한 NC 선발 투수 손민한은 40세 9개월 19일의 나이로 역대 최고령 선발등판 기록을 남겼고 최고령 선발승 기록까지 추가했다. 9회 말 대타로 나선 두산 홍성흔은 포스트시즌 통산 105경기 출전 기록을 달성했다. 박진만과 함께 포스트시즌 최다경기 출전 기록 소유자였던 홍성흔은 이날 출전으로 최다경기 출전 기록에 홀로 이름을 남길 수 있게 되었다.경기를 마친 후 NC 김경문 감독은 "전체적으로 운이 많이 따르면서 선수들이 편하게 경기를 했다. 박민우가 실책을 하고 곧바로 안타를 쳐 역전을 한 것이 초반 포인트였다. 경기는 많이 벌어져도 1승, 1점 차도 1승이다. 오늘 경기는 빨리 잊고 내일을 준비하겠다. 손민한의 최고령 승리투수를 축하하고. 감독으로서도 기쁘다."는 말로 소감을 전했다.두산 김태형 감독은 "선발 유희관이 일찍 무너진 것이 아쉽다. 공 자체는 문제가 없었지만, 부담을 가졌는지 강약 조절이 안 됐다. 에릭 테임즈 등을 상대할 때 좌우를 넓게 사용하지 못해 공략을 당했다. NC 선발투수 손민한의 컨디션이 그리 좋게 보이지 않았다. 초반에 공략을 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었다"며 결과에 대해 아쉬워했다.
- 김도광 un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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