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일반

[심형철의 실크로드 기행] #3 만리장성의 서단(西端) 쟈위꽌(嘉峪關)

  • 중국 민족학 박사 심형철
기사입력 2015.10.21 02:00
  • 쟈위꽌은 만리장성의 가장 서쪽 끝에 있는, 허시저우랑(河西走廊)의 좁은 통로를 막고 서있는 하서(河西, 황허의 서쪽) 제일의 관문이다. 이곳은 란저우에서 서쪽으로 약 790㎞나 떨어져 있다. 과거 서역에서 중원으로, 중원에서 서역으로 가려면 반드시 이 관문을 통과해야 했다. 이 지역을 점령하기 위해 소수민족과 전쟁을 하던 시기 이곳은 중원의 길목을 지키던 군사적 요충지였고, 평화 시에는 상인들이 지나다니는 출입국 관리소와 같은 역할을 하였다. 따라서 이곳을 지나려는 사람들은 모두 지금의 여권과 같은 통행권을 소지해야만 했다.

  • 천하제일웅관
    ▲ 천하제일웅관
    쟈위꽌은 쟈위꽌 시에서 남서쪽으로 약 6㎞ 거리에 있다. 이 성은 험준한 주변 지세와 잘 어울려 ‘천하제일웅관(天下第一雄關, 세상에서 가장 웅장한 관문)’이란 별칭을 갖고 있다.

    성은 흙으로 쌓은 내성과 벽돌을 쌓아 만든 외성의 이중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성의 둘레는 약 640m, 면적은 약 2만 5천㎢, 높이는 약 11m미터이다. 내성의 동쪽에는 광화문(光化門), 서쪽에는 유원문(柔遠門)이 있다. 광화문은 ‘상서로운 빛이 두루 비춘다.’는 의미이고, 유원문은 ‘서쪽의 변방 민족을 회유한다.’는 의미이다. 내성 장벽 위에는 성루와 망루 등이 있다.

  • 쟈위꽌
    ▲ 쟈위꽌
    언제인가 나는 신강 우루무치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쟈위꽌을 바라본 적이 있다. 마침 일출이 막 지난 시간이라 쟈위꽌은 찬란한 햇빛에 반사되어 멋진 자태를 뽐냈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쟈위꽌은 고비사막 위에 외롭게 그러나 웅장한 모습으로 버티고 서있다. 거친 모래바람을 맞으며 꿋꿋하게 장구한 세월을 견디며 과거를 회상하는 듯 그렇게. 한 줄기 바람이 쓸고 지나가는 길목마다 뿌연 흙먼지가 흩날리는 광경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머나먼 이곳까지 고향을 떠나와 변방을 지키던 이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 고향이 있는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지었을까? 그 이름 없는 군인의 길었던 한숨과 같은 만리장성은 동쪽 끝 산하이꽌(山海關)부터 장장 6,800여㎞를 달려와 이 곳 쟈위꽌에서 거친 숨을 내쉬고 있다.

    쟈위꽌의 성에 들어서면 넓은 공간이 있고, 그 공간을 지나 또 다른 문을 통과해야 비로소 성내로 들어갈 수 있다. 만약 적군이 성의 바깥문을 열고 들어왔다 하더라도 안쪽의 문을 굳게 닫고 지키면 일시에 몰려든 적군이 독안에 든 쥐가 된다. 이 때 성곽 위에서 화살과 돌 등을 날려 적군을 효과적으로 제압하기 위해 만들어진 구조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철옹성이라는 말이 바로 이러한 성의 구조에서 유래한다.

  • 쟈위꽌
    ▲ 쟈위꽌
    철옹성을 지나 문으로 들어가면 성벽 위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다. 성벽에 올라 주위를 바라보면 성밖에 펼쳐진 성벽은 마치 한 마리 구렁이가 거친 고비사막 위를 외로이 기어가는 듯하다. 성벽에 서서 철옹성을 내려다보니 볏짚으로 만든 허수아비 적군이 서 있다. 일행 중 하나가 활과 화살을 빌려 군사 흉내를 내며 시위를 당겼지만 목표물에 어림없다. 나도 당시의 군사가 되어 활을 잡고 허수아비를 겨냥하였다. 처음 잡아보는 활, 시위를 당기니 양손이 가늘게 떨린다. 숨을 멈추고 나름대로 겨냥을 하고는 화살을 놓았다. 아니 이게 웬일인가! 소가 뒷걸음치다 개구리를 잡았다고 하더니 꼭 그 격이다. 내 손을 떠난 화살이 허수아비의 왼쪽 가슴에 그대로 꽂혔다. 일행과 주위의 중국인들이 놀라며 멋지다는 손짓과 함께 박수를 보낸다. 한 번 더 쏘아보라고 권하였지만 한 번의 우연이 다시 일어날 것 같지 않아 사양하고 물러나는 것이 박수에 대한 보답이라 여기고 다음 사람에게 활을 넘겼다.

    쟈위꽌 북쪽으로 약 7㎞의 위치에는 현벽(懸壁) 장성(長城)이 있다. 명나라 때 지어진 약 1.5㎞의 장성 중 500m 정도가 복원되어 있다. 현벽장성은 가파른 능선을 타고 길게 이어진 장성이 마치 하늘에 걸려 있는 듯하다는 뜻이다. 현벽 장성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 바람에 귀밑머리 날리며 주위를 조망하는 것도 멋스러운 일이다. 햇볕은 따갑지만 성벽에 올라서면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분다.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들판에 듬성듬성 난 풀을 따라 유랑하는 낙타들을 볼 수 있다.

  • 중국 민족학 박사 심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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