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9월 읽을만한 책]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

기사입력 2016.09.18 13:52
울리히 슈나벨 저/김희상 역 | 가나출판사
  • 고도성장기의 최대덕목은 근면·성실이었다. 열심히 내달리면 그걸로 족했다. 운까지 붙으면 성공신화에도 쉽게 이름을 올렸다. 100m 결승전처럼 모세혈관의 작은 에너지마저 한껏 뽑아내 전력질주하자는 분위기가 압도했었다. 넘어져도 초인적 극복기제가 당연시됐다. 2016년 대한민국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더는 아니다. 성장은 멈췄고 활력은 줄었다. 뛰어본들 손에 쥘 게 별로다. 회사도 사회도 패러다임 전환의 거대장벽 앞에서 방황 중이다. 제한된 자본·노동으로 부가가치를 더 키워야함에도 속 시원한 해법은 없다. 생산성을 높여야하는 만큼 피로감만 누적된다. 대체 가능한 방향은 혁신적 사고와 창조적 수단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없는 길을 만들어야 할 운명이다.

    문제는 첫걸음이다. 책은 휴식을 대안으로 내놓는다. 혁신과 창조가 근면과 성실로 담보되지 않듯 내려놓고 쉴 때 새로운 길이 열린다 말한다. 비워야 담아내듯 일하지 않을 때 더 큰 성과가 나온다는 도발적 문제제기다. 멍 때리기가 기억력과 학습동기를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보건대 낭설은 아닌 듯하다. 더구나 저자는 과학전문기자로 책을 관통하는 다양한 논리근거를 반복한다. 현명한 포기가 의외의 선물을 안겨주기에 시간에 쫓길수록 맘 놓고 쉬라 제안한다. 책에 따르면 낮잠도 명상도 산책도 좋다. 아이작 뉴턴도 존 레넌도 쉴 때 성과를 냈다. 휴식은 낭비가 아니다. 꼭 필요한 것에 주목하고 집중하는 마음가짐이자 생각방법이다. 속도지향적인 정보홍수는 함정이다. 인생사 본질은 결코 바쁨에서 찾아질 수 없다. 자칫 놓치는 것만 늘어난다. 휴식이 나를 찾아준다면 쉬지 않을 이유는 하나도 없다.

    | 추천자: 전영수(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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