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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vs.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기사입력 2015.08.27 13:17
  • ‘네덜란드의 모나리자’라고 불리는 명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Girl with a Pearl Earring)’는 렘브란트와 함께 17세기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그림이다. 한번 보면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인 소녀의 모습이 인상적인 이 작품은 신비로운 분위기에 호기심이 더해져 사람들을 더욱 열광케 했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주로 상인 계층의 일상을 그린 베르메르의 작품 중 이례적으로 인물의 얼굴만이 클로즈업되어있다. 모델이 누구인지, 작품이 나타내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려진 것 없는 이 그림은 신비로운 분위기로 사람들의 상상력을 부추겼고, 급기야 작품을 소재로 한 소설과 영화가 제작되게 만들었다.

  • 소설 ‘진주 귀고리 소녀’는 그림 속 소녀가 베르메르의 집에서 일했던 하녀 ‘그리트’였다고 가정한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고로 소녀 가장이 된 그리트가 여섯 명의 아이가 있었던 베르메르의 집에 하녀로 들어가게 되었고, 몇 년 후 그 유명한 그림의 모델이 되었다는 것이다.

    소설은 그리트와 베르메르 사이에 미묘한 감정이 존재했다고 상상한다. 그림 속 소녀의 진주가 그 당시 하녀가 하기에는 턱없이 값비싼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주인과 하녀, 화가와 모델, 스승과 제자, 그리고 남자와 여자 사이를 넘나드는 그들의 관계는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지만, 그렇기에 더 애틋하고 로맨틱하게 다가온다.

    기승전결 없이 담담하게 흘러가는 소설만으로는 베르메르와 그리트가 서로 사랑했는지 확신하기 힘들다. 하지만 팽팽하게 연결된 줄을 따라 울리는 미세한 진동처럼 변하는 그들의 미묘한 감정은 여전히 신비함으로 둘러싸인 베르메르의 그림처럼 둘 사이에 진실한 사랑이 있었다고 믿고 싶게 만든다.

  • 영화 스틸컷
    ▲ 영화 스틸컷

    이 소설은 2004년 스칼렛 요한슨이 주인공 그리트 역을 맡고, 콜린 퍼스가 베르메르 역을 맡은 영화 ‘진주 귀걸이 소녀’로 제작되었다. 영화 속 그리트와 베르메르의 관계는 여전히 미묘하지만, 가족들의 눈을 피해 주고받는 그들의 애절한 눈빛은 둘 사이의 감정이 사랑이었음을 조금 더 확신할 수 있게 해준다. 베르메르의 그림을 닮은 수려한 영상도 영화를 소설보다 더 로맨틱하고 감성적으로 만드는 데 일조한다.

    소설 못지않게 잔잔한 영화에서 베르메르가 그리트의 귀를 뚫어주는 장면이 최고의 관능적인 장면으로 손꼽힐 정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이 영화를 최고의 로맨스 영화라 이야기한다. 아마 절제된 감정의 여운이 더 강렬하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초반의 지루함을 견뎌낸다면 나도 모르게 작품 속에 푹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을 맛볼 수 있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소설과 영화 어느 것을 선택해도 후회 없을 이 영화를 가을을 앞둔 이즈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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