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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전설] 슬픈 사랑의 눈물, 약수 되어 떨어지다

기사입력 2019.08.19 13:47
전설따라 삼천리
  • 산방산
    ▲ 산방산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해안. 하멜표류기로 더 유명한 일명 용머리 해안 앞에는 독특한 모양의 '산방산'이 자리 잡고 있다. 높이 393m의 산방산은 원래 한라산의 정상 봉우리였으나 그 옛날 뚝 떨어져 나와 지금의 백록담이 생겼다는 전설을 갖고 있다.

    이 외에도 산방산과 관련된 유명한 전설이 있는데 바로 산 중턱, 해발 200m 지점에 있는 산방굴 약수에 대한 전설이다.

    옛날 산방산 아래에는 나이 많은 부부가 살고 있었다. 이 노부부에게는 자식이 없어 고민이었는데, 어느 날 산에 나무를 하러 갔던 남편이 산방굴 옆에서 울고 있는 아기를 발견하게 된다. 노부부는 이 아기를 산신령이 보내준 선물이라 생각하고, 아이에게 '산방덕'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후 고이고이 키우게 된다.

    노부부는 아이를 키우며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었고, 세월이 지나 아이는 용모는 물론 심성까지 곱게 무럭무럭 자라났다. 아이가 처녀티가 나기 시작할 무렵 부부는 노환으로 연이어 세상을 떠나게 된다.

    졸지에 고아가 된 산방덕은 깊은 슬픔에 잠기게 된다. 하지만 산방덕을 불쌍히 여겨 자주 찾아와 도와주던 이웃 마을 청년 '고승'과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그와 부부의 연을 맺으며 다시 행복을 찾게 된다.

    산방덕은 고승과 함께 알콩달콩 깨가 쏟아지게 살았는데 이도 잠시, 산방덕의 출중한 미모가 고을 사또의 눈에 들고 말았다. 산방덕이 욕심난 사또는 호시탐탐 산방덕을 노리며 유혹의 손길을 뻗었지만, 산방덕은 오직 남편만 바라볼 뿐이었다.

    요지부동인 산방덕을 도저히 손에 넣을 방법이 없는 사또는 결국 고승에게 누명을 씌워 멀리 쫓아버리고, 산방덕을 강제로 차지할 요량으로 어느 밤을 틈타 산방덕을 찾아가게 된다.

    사또에게 겁탈당할 위기에 처한 산방덕은 급히 꾀를 내어 요염한 미소를 흘리며 사또에게 제안한다.

    "이왕 이리된 것 사또를 기쁘게 따르겠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몸이 불결하니 하루만 말미를 주시면 깨끗하게 준비하여 사또를 맞이하겠습니다."

    산방덕의 교태에 홀린 사또는 그러마 하고 다음날을 기약하며 돌아갔고, 간신히 사또를 달래 보낸 산방덕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그 날로 산방굴로 숨어들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낭군 고승을 그리워하며 산방굴의 암벽으로 천천히 변해갔다고 한다.

    이때부터 산방굴 천장에서는 사시사철 눈물처럼 맑은 물방울이 떨어지게 되었다는데, 사람들은 이를 산방굴의 여신이 된 산방덕의 슬픈 사랑의 눈물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전설만 보면 산방덕의 눈물을 마시면 사랑이 이루어져야 할 것 같은데 기대와는 다르게 이곳 약수를 마시면 무병장수한다고 전해진다. 또, 산방산 중턱에 자리한 산방굴사에는 자식을 비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은데 기도를 드릴 때 약수물이 많으면 아들을 낳고, 약수물이 적으면 딸을 낳는다는다는 전설도 내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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