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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많은 중국 영화 중에 “鬼子来了”라는 제목이 있었다.(기억이 맞는다면......) 직역을 하면 “귀신이 왔다”라는 말이지만 속뜻은 “일본 놈이 왔다”이고, 좀더 솔직하고 원색적으로 표현한다면 “쪽바리가 왔다”, “왜놈이 왔다” 등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가 일본사람을 비하하여 부르는 말이 있듯이 중국인들도 일본인에게 맺힌 역사의 원한을 반영하는 말이 있다. 이것이 바로 “日本鬼子(일본 놈)”이다. 鬼子는 주로 제국주의 침략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일본은 만주국을 세우고 본격적으로 중국 대륙을 침탈하였다. 일본군의 잔인함이 알려지면서 동네마다 일본군이 오는지 망보는 일은 주로 아이들에게 맡겨졌다. 아이들은 멀리 바라볼 수 있는 주변의 높은 산에 올라가 놀면서 망을 보고 있다가 일본군이 몰려오면 나무-미리 약속된 방법-를 쓰러뜨려 주민에게 알린다. 아이들은 즉시 집으로 돌아가고 어른들은 크게 “鬼子来了”라고 소리친다. 그러면 동네 주민들은 양식을 숨기고 처녀를 대피시키며 문단속을 한다. 일시에 마을 전체가 팽팽한 긴장감과 불안감에 휩싸인다.이러한 일련의 공포와 비극적 사실을 영화로 만든 것이 바로 “鬼子来了”이다.
이 영화는 국제 영화제에서 입상을 하기도 하였는데 정작 중국에서는 상영불가 판정을 받아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VCD와 DVD의 해적판이 범람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이 영화를 구할 수 있다. 일본군의 만행을 영화화 한 작품을 상영불가로 판정한 중국 당국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중국 친구의 설명이 이해되었다.
“영화에 나온 중국 농민들이 일본인들을 너무 두려워하는 겁쟁이, 일본인의 간계에 속는 어리석은 사람들로 묘사되었기 때문이야. 즉 중국인의 체면을 구겼다는 것이지. 하지만 당시 농민들이 뭘 알았겠어? 영화 내용과 같았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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