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빈도’란 하나의 낱말이 어떤 의미로 얼마나 자주 쓰이는가를 밝힌 사용 빈도수이다. <의미빈도로 본 우리말>에서는 서상규 연세대 언어정보연구원장의 저서『한국어 기본어휘 의미빈도 사전』을 토대로 낱말의 실제 쓰임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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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재미지다, 고급지다’란 표현을 종종 듣는다. 아직 공식적으로 사전에 오른 말은 아니지만 ‘고급진 레시피’, ‘~가 재미지다’와 같은 표현으로 자주 쓰인다. ‘고급 레시피’, ‘~가 재미있다’로 바꿔 보니 어감이 확실히 다르다. ‘~지다’가 어떤 단어에 붙어 앞말이 뜻하는 상태를 충분히 가지고 있음을 나타내기 때문인 것 같다.
<한국어 기본어휘 의미빈도 사전>에 따르면 본래 우리말의 ‘지다’는 보조 동사(95.1%)로서 가장 자주 쓰인다. ‘날씨가 덥다’와 ‘날씨가 더워지다’의 차이에서 알 수 있듯이 ‘~지다’는 ‘그러한 상황이 되다’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가장 쉽다. 덜 더운 상태에서 점점 더 더운 상태가 된다는 것이 ‘~지다’를 통해 잘 전달된다. ‘기분이 좋다/기분이 좋아지다’, ‘표정이 어둡다/표정이 어두워지다’도 같은 예다.
‘소원을 이루다’와 ‘소원이 이루어지다’의 예도 비교해 보자. ‘~지다’가 결합되니 ‘누가?’라는 주체는 중요하지 않고 그러한 상황이나 결과에 이른 ‘사실’이 더 부각된다. ‘한글을 만들다/한글이 만들어지다’, ‘그릇을 깨다/그릇이 깨지다’ 등도 이와 비슷한 예다. “나, 그릇 깼어.”와 “그릇이 깨졌어.”에서 전달되는 메시지가 미묘하게 다른 것은 ‘~지다’의 역할 때문이다.
보조 동사 말고도 ‘지다’는 여러 의미와 용법을 지니는 동음이의어다. ‘짐을/책임을 지다’(1.8%), ‘해가/낙엽이/큰 별이 지다’(1.5%), 남에게/경기에서 지다(1.2%), 주름이/허기가/장마가 지다(0.4%)의 순으로 자주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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