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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봄 유고의 중국 대사관이 폭격을 당했다. 마치 작심하고 정조준한 것처럼. 당연히 중국인들은 흥분했고 미국을 증오하는 불길이 중국 대륙을 덮고도 남았다. 당시 중국의 미국 대사관 앞은 화염병과 돌팔매로 아수라장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때 동원된 학생들 중 전부는 아니겠지만 상당수가 관제 데모였다면?
내가 아는 모 중국학생은 당시 대학 3학년인 여학생이었다. 그녀는 중국 대사관이 폭격을 당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타고 미국 대사관 앞으로 가서 시위를 했다고 한다. 간식으로 우유와 빵도 지급받았으니 약간은 소풍가는 기분이었다고도 하였다. 당연히 학교마다 모두 참석하였고 각 학교에서는 과별로 인원수를 조정하여 매일 학생을 동원하였다고 한다. 당시 중국에서는 엄격히 학생의 자치(정치적 또는 기타 집단 활동) 활동이 통제되고 있었는데-지금도 통제하고 있지만- 말로만 듣던 시위를 하게 되었고 게다가 수업까지 안 하고 먹을 것도 준다니 얼마나 짜릿한 느낌이었을까? 그녀는 반미 감정으로 미국을 성토한 것이야 당연한 것이고 부수적으로 재미있는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었다고 자랑하였다.
9월 11일 미국 뉴욕 쌍동이 빌딩 테러가 있은 후 중국의 메인 뉴스를 보도하는 아나운서의 멘트는 매우 비장하고 엄숙한 목소리로 방송 원고를 읽어 내려갔지만 얼굴 표정은 슬픈 빛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었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미소까지 띠었다고 했다. 중국에서는 한 동안 이 표정 관리의 실패 사실이 테러 사건보다 더 회자되기도 했었다. 모든 사람들이 “어제 뉴스 봤어? 그 때 그 아나운서 표정 봤어?”. 하면서 테러 자체는 반대하고 희생자들이 많아 안타깝다고 하면서도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일침이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중국인은 미국을 싫어 한다. 그것도 지독히 감정적으로 싫어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들은 미국으로 유학 가거나 이주하여 살기를 희망하기도 한다. 아마 우리에게 반미 감정과 미국에 대한 동경심이 다 존재하고 있는 것과 같은 사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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