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일반

[중국 사랑방] 아! 고구려#2

  • 중국 민족학 박사 심형철
기사입력 2015.07.24 06:00
  • 고구려의 역사가 과연 중국 지방 정권의 역사라는 중국의 입장은 최근의 중국 역사를 보면 억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느 나라든지 자국의 역사를 정립하고 계승하기 위해 중요한 문화재를 국가에서 관리하고 있다. 때문에 고구려의 역사가 숨쉬고 있는 중국 지안(集安)의 각 종 고구려 문화재를 과연 중국 정부가 얼마나 보호하여 왔는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유학하던 어느 날 조선족으로서 중국 모대학 교수이며 중국 정부가 인정한 1급 작가인 000과 비교적 오랜 시간 얘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이런 저런 대화가 진행되면서 나는 중국에 대한 미처 알지 못했던 여러 가지 사실들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런 과정에서 화제가 고구려로 옮겨가게 되었는데 그 때 내가 `현재 중국의 학생들이 고구려 역사가 자신들의 것이라고 학교에서 배우고 있다는데 조선족의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하고 물었다.그 분은 한 마디로 `후수어(胡說)`라고 말하였다. 즉, 헛소리라는 것이었다.
     
    그 분의 설명을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다. 자신은 문화혁명기에 중고등학교를 다녔고,먹고 살기도 바빴기 때문에 고구려 역사가 중국 것인지 한국 것인지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다. 실제 중국 내 조선족의 교과서에서는 고구려에 대한 역사를 다룬 적도 없었고 관심있는 사람도 없었다. 다만 중국 학생들의 역사 교과서에는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정권이라고 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조선족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의 얘기를 통해서만 어렴풋이 고구려가 우리 역사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 후 어느 정도 경제적, 사회적으로 안정되고 고구려 역사가 살아 있는 지안에 가서 직접 현장을 둘러 보기로 하였다. 당시(약 10년전) 고구려 유적지는 모두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되어 있었고 보호되어야 할 문화재 주변에는 쓰레기와 각 종 오물이 널려 있었다. 아는 사람(지방 관리)의 주선으로 굳게 닫힌 자물통을 열고 장군총에 들어갔더니 거의 폐허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만약 중국의 것이라고 하면 중국 정부에서 그냥 놔둘리가 만무한 것이고 철저하게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할 리도 없는 것이다. 더구나 한국에서 촬영을 협조하면 거부되기가 일쑤이다. 이런 사실도 중국의 주장대로 고구려의 역사가 중국 것이라고 한다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중국은 이미 한국이 통일된 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남북통일이 되면 자연스럽게 만주 지역의 역사와 조선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고. 그 때 자신들에게 유리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사전 포석인 셈이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중국의 주장을 논박하고 우리의 역사적 사실을 증명할 자료를 준비하고 있는지? 지난 삼일절 고구려 역사를 연구하는 기관이 설립되었다는 보도를 들은 적은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구체적 활동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다.
     
    고구려의 문제는 단순히 과거 역사가 어느 나라의 역사에 귀속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 통일 이후 한반도와 중국의 새로운 관계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중국은 현재 고구려 역사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듯하다. 즉, 양국의 견해차이가 크니 미래에 결정할 수 있도록 유보하고 지속적인 대화와 공동 연구로 구명하자는 것이다. 이는 자신들의 주장이 억지이고 근거가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며 시간을 벌자는 속셈과도 같은 전략이다.
     
    우리에게 정치적, 경제적으로 중국이 아무리 중요한 주변국이라 하더라도 역사 문제 만큼은 제대로 정립되기를 희망한다.
  • 중국 민족학 박사 심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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