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일반

[중국 사랑방] 아! 고구려#1

  • 중국 민족학 박사 심형철
기사입력 2015.07.23 06:00
  • 얼마 전 외교통상부의 어느 분이 전화를 하여 `고구려를 중국어로 발음하면 `까오쥐리`라고 하던데 이 발음이 맞습니까?`라고 물어 왔다. 갑작스런 질문에 까닭을 물었더니 00신문에서 게재한 고구려에 대한 글을 보았는데 거기에 고구려를 `까오쥐리`라고 표기하였다는 것이었다. 이런 질문을 받자 언젠가 한 번 고구려 역사 문제에 대한 간단한 글을 쓰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난 김에 짧게나마 고구려 문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사람들은 보통 고구려를 어떻게 중국어로 발음하느냐 하는 문제를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은 발음에 중요한 단서가 들어 있다. 고구려(高句麗)의 중국식 발음은 `까오꺼우리`이다. 여기서 句의 발음이 두 가지, 즉 `쥐`와 `꺼우`로 읽을 수 있는데 고구려를 읽을 때는 `꺼우`로 읽어야 한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신문 기사의 `까오쥐리`는 잘못 된 것이고 마땅히 `까오꺼우리`라고 읽어야 한다.
     
    중국에서 나이가 든 사람 중에 동북지방이 고향이든 친척이 있든 혹은 동북지방이 고향인 친구가 있는 사람이면 `까오리빵`이란 단어를 알고 있다. `까오리빵`이란 조선족을 약간 비하하여 부르는 말로 직역을 하면 `조선족 건달들`이란 뜻이 된다. 즉, `까오리`는 `조선족`을 의미하고 `빵`은 `건달 무리`를 의미한다. 여기서 까오리는 고려(高麗)를 뜻한다고 볼 수 있지만 실제는 고구려를 의미한다. 그것은 북경 교외의 지명에 까오리촌-지금은 다른 이름으로 개명-이 있는데 이 지명의 유래가 바로 고구려 군사가 주둔했던 곳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고려는 중국, 그것도 북경 근교에 군사를 배치한 적이 없었다. 따라서 중국인이 일반적으로 우리 민족과 관련된 말 중에 까오리라고 하는 것은 고구려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고구려는 중국의 수나라와 당나라와의 기나긴 혈투를 모두 극복하고 중국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준 대단한 국가였다. 그 당시 얼마나 중국인들이 고구려에게 당했으면 싸움 잘하는 놈을 까오리빵이라고 했을까?
     
    중국인들 중에서 양심 있는 노학자들은 고구려를 한국의 역사라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수업을 받을 때 나의 선생님들은 고구려 혹은 조선이란 말이 등장하면 나를 보면서 `네가 더 잘 알고 있을 테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고 말씀하시곤 하였다. 다만 공식적으로 발표를 하지 못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 분들도 중국 정부의 입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고구려 역사에 대한 문제를 회피하곤 하였다. 중국에서 고구려 역사를 중국 역사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80년대에는-개혁개방 이전에는 고구려 문제가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음- 두 사람 정도에 불과하였는데 지금은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대다수의 역사학자들이 동시에 주장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아! 고구려#2에서 다시 이어집니다.

  • 중국 민족학 박사 심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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