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일반

[중국 사랑방] 작은 황제를 키우는 사람들

  • 중국 민족학 박사 심형철
기사입력 2015.07.20 06:00
  • 중국에서는 법으로 한 가정에 아이를 하나만 낳을 수 있도록 정해져 있다. 중국에서는 이를 `지화성위(計劃生育)`이라고 한다. 이것은 중국의 엄청난 인구수와 깊은 관계가 있다. 2000년 인구조사에 의하면 중국의 인구가 13억에 조금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있지만 이 숫자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유는 법을 어기고 초과 출산한 가정, 주민이 도시로 이동한 농촌, 산간 벽지, 소수민족 지구의 가정 등에서는 제대로 인구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국적으로 조사하는 기간 동안에 사망하고 태어난 숫자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틀림없이 발표한 인구수보다는 많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래서 누가 중국의 인구가 도대체 얼마냐고 묻는다면 정답은 바로 `아무도 모른다`가 된다고 한다.

    중국 정부는 인구 증가의 마지노선을 16억으로 잡고 있다. 중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인구 억제가 필수적인 조건이 되기 때문에 한족의 경우는 어떤 경우에도 한 아이만을 낳을 수 있고, 농촌, 소수민족은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다만 부모의 재혼, 아이가 장애자인 경우, 아이가 사고사한 등등의 경우에는 아이를 하나 더 낳을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나 농민, 소수민족 등은 둘이 아니라 심지어 대여섯까지도 낳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소수민족은 타 민족에 비해 자식이 더 많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서는 후에 다시 이야기 하기로 하고.......

    대부분의 한족은 아이를 하나만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자식에 대한 사랑이 대단하다. 때로는 사랑이 지나쳐 맹목적인 집착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사실을 `소황제`라는 말로 압축하여 표현하고 있다. 즉, 아이는 집안에서의 `어린 황제`로 모든 것에 있어 부모보다 우선권이 주어지는 가정의 중심이 된다는 뜻이다. 이렇게 과보호되어 자라난 아이들은 이기적이고 의타적이며 예의가 없고 소비적인 사람이 되기 쉽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중국의 미래사회를 심각하게 걱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아이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위의 여러가지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는 병명을 `四二一綜合症`이라 한다. 이 말뜻을 풀어보면, 四는 아이의 할머니, 할아버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를, 二는 아이의 엄마와 아버지를, 一은 아이를, 종합증은 아이에게 나타나는 총체적인 문제점을 뜻한다. 즉, 한 아이를 중심으로 엄마와 아빠 그리고 친가와 외가의 모든 사람이 집착하여 아이에게 나타나는 나약하고 이기적인 문제점을 표현한 것이다. 현재 중국의 청소년이 자라 성인이 되면 성인 한 사람이 6명을 부양해야 하는 과중한 부담을 지게 되는 셈이니 이 또한 사회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은 출산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사회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출산을 제한하지도 않는 우리에게도 비슷한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농담에 아들 하나 있는 부모는 골방에서 죽고(아무도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아들 둘인 부모는 길에서 죽고(서로 미루기 때문에), 딸 하나인 부모는 씽크대 앞에서 죽고(딸 집안 일 하다가), 딸 둘인 집 부모는 비행기 안에서 죽는다(서로 잘하려고 시샘해서 여행을 보내주기 때문에)고 한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처럼 자식 농사가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고 한다. 나도 이제부터 시작이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남들은 자식이 고등학생이 되었느니 중학생이 되었느니 하는 지금 첫아이를 얻었으니.......

    내 인생에 가장 역사적인 날, 바로 3월 4일 서울에 함박눈이 하염없이 쏟아지던 날 저녁 첫아이를 안아 보았으니 그 감격은 정말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그러나 중국에서 나타나는 아이에 대한 이상증세와 우리 사회에 일고 있는 교육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가며 아이를 키울지 벌써부터 고민이다.

    아무리 어려운 처지에 있어도 희망은 존재하듯 나는 우리의 아이들에게서 희망를 발견하곤 한다. 적어도 중국의 아이들보다 낫다는...

  • 중국 민족학 박사 심형철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