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일반

[중국 사랑방] 공포의 오징어볶음

  • 중국 민족학 박사 심형철
기사입력 2015.07.19 06:00
  • `차오(炒)’는 ‘볶다’라는 뜻이고 ‘여우위(魷魚)’는 ‘오징어’라는 뜻이니 결국 ‘차오여우위(炒魷魚)’란 뜻은 ‘오징어를 볶다’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차오여우위(炒魷魚)’라는 말은 중국에서 ‘해고하다’, ‘자르다’라는 뜻의 관용어로 쓰이고 있다. ‘오징어를 볶는 것’과 ‘해고하는 것’은 도대체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오징어는 우리와 매우 친숙한 먹거리이다. 매콤한 오징어 볶음이나 담백한 회, 말린 오징어채 등은 애주가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안주거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뻬이징(北京)에서는 오징어가 그다지 일반적인 먹거리는 아닌 듯하다. 참고로 뻬이징 오징어는 대체로 두 종류가 있는데 우리가 먹는 오징어와 같은 것과 우리나라 오징어보다 서너배 쯤 큰 것이 있다. 고정관념이겠지만 큰 오징어는 생김새가 징그럽게 커서 맛이 없어 보인다. 가끔씩 이상 기온현상으로 난류를 타고 올라온 큰 오징어가 동해안에서 잡히는 것을 신문과 뉴스를 통해 볼 수 있는데 그 거대 오징어가 뻬이징에는 흔한 편이다. 어쨌든 시장에 가보면 장보는 사람들 중에 오징어를 사는 사람은 극히 적으며 식당에서 파는 메뉴에도 오징어로 만든 요리는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날것을 즐겨 먹지 않는 뻬이징에서는 오징어회를 먹지 않으며, 말린 오징어를 구워 먹지도 않는다. 중국인들이 오징어를 즐겨 먹는 방법은 길거리에서 파는 ‘샤오츠(小吃)’의 일종인데 우리의 양념 철판 구이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생오징어를 대나무 꼬치에 꿰어 갖은 양념을 발라가며 철판 구이를 한 것이다. 오징어 꼬치구이는 우리 입맛에도 맞는 편이고 무엇보다 300원 정도로 값이 싼 편이라 부담없이 사먹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그 위생상태는 좋지 못한 편이다.

    뻬이징(北京)은 내륙 지방이라 바다와 멀고 운송 및 보관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과거에는 해산물을 구경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운송수단과 보관방법이 발달한 요즈음이라 해도 이전부터 먹을거리로 익숙하지 않던 오징어가 뻬이징(北京)시민에게 갑자기 훌륭한 먹거리로 환영받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징어를 볶다’라는 것이 ‘해고하다’, ‘자르다’라는 뜻으로 통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의 수도는 뻬이징(北京)이지만 중국이 ‘죽(竹)의 장막’에서 개혁개방 시대로 접어들면서 상하이(上海)나, 샹깡(香港)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선쩐(深圳), 꽝저우(廣州) 등 꽝똥(廣東)지방이 경제적으로 발달하게 되었다. 이 꽝똥(廣東)지방은 바다와 가까운 관계로 오징어가 예로부터 흔한 먹거리였는데 오징어를 구우면 불에 닿는 순간 오징어가 돌돌돌 말리기 때문에 구울 때 말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위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대나무 꼬치에 끼워 구워 먹게 되었을 것이다. 오징어가 구울 때 돌돌돌 말리는 것을 중국어로 ‘쥐옌(卷)’이라는 동사를 사용하는데, 이 ‘쥐옌(卷)’이라는 동사의 쓰임은 주로 원통형으로 ‘말다’, ‘감다’, ‘걷다’의 뜻에 해당한다. 그리고 ‘푸(鋪)’는 ‘가게’, ‘까이(蓋)’는 ‘덮개’라는 뜻이므로 ‘쥐옌푸까이(卷鋪蓋)’를 직역하면, ‘점포의 덮개를 말다’라는 뜻이 된다. 이를 의역하면 곧 ‘직장을 그만 두다’, ‘퇴직하다’라는 뜻이 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일찍 도입된 광동지방에서는 공산주의 시대의 평생직장 개념인 ‘티예판완(鐵飯碗)’이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능력위주 직장개념으로 전환되면서 고용과 해고라는 새로운 제도가 생기게 되었다. 불행히도 직장에서 해고된 사람은 자신이 쓰던 개인 물건을 정리해 가져가게 마련인데, 이 때 자신의 짐을 보자기에 둘둘 말아 가는 것을 오징어가 돌돌 말리는 것에 비유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원래 ‘오징어를 볶다’라는 뜻인 ‘차오여우위(炒魷魚)’가 ‘자르다’ ‘해고하다’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고,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이 유행어는 전국으로 퍼지게 되어 지금은 누구나 흔히 사용하는 말이 되었다. 그리하여 사주(社主)에 의해 ‘해고되다’라는 말은 피동을 의미하는 ‘뻬이(被)’를 앞에 써서 ‘뻬이차오여우위(被炒魷魚)’라고 표현한다. 반대로 스스로 직장을 그만두거나 자신이 해고된 것을 ‘차오라오반여우위(炒老板魷魚)’라고 표현하는데, 이 때 ‘라오반(老板)’은 ‘사장’이란 뜻이니 ‘사장을 자르다’라는 말이 된다. 참고로 해고된 사람은 자연히 실업자가 되지만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실업자’라는 단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따이이예(待業)`, 즉 `직업을 기다린다`라고 돌려서 표현하기도 한다.

    결국 ‘차오여우위(炒魷魚)’라는 말은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도입되면서 시작된 말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일찍부터 발달한 ‘타이완(台灣)’과 개혁개방이 성공하여 중국의 대표적인 경제 도시로 발달한 ‘상하이(上海)’나 ‘선쩐(深圳)’. 그리고 1997년 중국으로 환원된 ‘샹깡(香港)’ 등 ‘꽝똥(廣東)’지방에서 출발한 유행어가 시장경제 체제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전국으로 전파되어 자리매김한 단어이다. 물론 이들 도시의 공통점 중 하나는 바다와 인접하여 오징어가 흔한 먹거리라는 점이기도 하다.

  • 중국 민족학 박사 심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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