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일반

[중국 사랑방] 두 집 살림을 하는 간 큰 남자

  • 중국 민족학 박사 심형철
기사입력 2015.07.18 06:00
  • 중국은 1949년 전국이 공산당 체재로 통일이 된 후 일체의 봉건적 구습을 타파하기 위한 정치와 사상 등 모든 면에서 새로운 운동이 전개되었다. 그 중 여성문제에 관한 것으로는 축첩제도의 폐지와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보장 등을 들 수 있다. 여성에 관한 구습의 일소는 선사시대는 제외하고라도 역사시대로부터 신해혁명 후 중화인민공화국이 탄생할 때까지 수 천년간 이어진 봉건주의의 상징을 부수는 혁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러한 운동은 적어도 1978년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하기 전까지는 잘 지켜져 왔다고 평가된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오히려 남자가 가정에서 차지하는 지위가 여자보다 더 못한 것이 중국의 현실이다. 그런데 개혁개방 이후 봉건주의적 구습이 다시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자본주의 제도의 도입으로 기형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의 현안 중 극심한 빈부의 격차 문제는 중국인들 스스로도 개탄하고 있는데 이 문제는 국가의 혁명적인 조치가 없는 한 가속화되리라 생각된다. 시골에서 북경이나 대도시로 돈벌이에 나선 노동자의 한 달 임금이 런민삐 400원 정도인 데 반해 조금 여유있는 부유층은 한 끼의 밥값으로 400원을 우습게 생각한다. 중국의 13억이 넘는 인구 중에서 부유층을 5%만 잡아도 우리나라 인구보다도 많고, 부유층 중에서도 우리나라 대재벌과 비슷하거나 더 부유한 사람이 1,0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얼마 전 신문에서 중국인들이 돈을 싸들고 한국을 와도 쓸 곳이 없어 그냥 가지고 돌아간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 사람들이 결코 중국의 최상류층이 아닌데도 이러하다면 정말 최고 부유층은 어떠할지 상상해 보라.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우스갯 소리로 요즘 중국의 소위 잘나가는 나이트 클럽의 판도가 IMF이후 180도 뒤바뀌었다는 소문이 돈다. 이전에는 나이트 클럽에서 예쁜 중국 여자들이 한국의 갑부집 아들들을 유혹하는 장면이 주로 목격된 반면 요즈음에는 잘 차려 입은 한국 유학생들이 중국의 재벌 2세들을 꼬시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한국과 중국의 경제적 역전 가능성이 높거나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이며 특히 중국의 최상류층은 사회적으로도 이미 얕잡아 볼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중국 인구의 5-10% 정도를 차지하는 부유층은 숫자로 따져보면 6,000만 명에서 1억2,000만 명이 되니 대단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 중의 일부가 본처 외에 다른 여자를 숨겨두고 딴 살림을 차리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러한 유행을 대변하는 말 중의 하나가 바로 ‘빠오얼나이(包二奶)’이다. 우리말로 옮기면 ‘두 번째 아내를 두다’라는 뜻이 된다.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빠오얼나이(包二奶)’라는 말을 알고 있다는 것은 이러한 현상이 이미 중국 사회 전반에 걸쳐 널리 퍼져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누구 누구는 중국의 각 지방마다 현지처가 있다고도 하며 심지어는 외국에까지도 애인을 두고 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 만큼 ‘빠오얼나이(包二奶)’가 만연되어 있다는 얘기인데, 경제가 발달한 동부 지역과 외국 자본이 개방된 일부 지역에 특히 심하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이 사회의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자 중국 국무원은 2001년 4월 28일 축첩금지 등의 내용을 포함한 ‘혼인법안’을 승인했다고 한다. 제9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회에서 ‘배우자 외에 다른 사람과 동거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만장일치로 국무원에 상정하고 결국 이 법안을 국무원이 승인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간통죄’와 비슷한 것으로 보면 된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을 과연 법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인가? 다른 나라는 법이 없어서 혼외정사를 허용하는 것일까? 미국에서는 대통령도 그러할진대 중국의 그 많은 인구 중에서 상류층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확산되는 이 현상을 어떻게 법으로 금지할 수 있을지 지극히 의심스럽다. 불과 5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사회적으로 용인되어 왔던 구습을 아무리 공산주의 사회라고 해도 완전히 깨뜨리기는 어려웠던 모양이다. 이것은 도덕의 문제이고 자신이 얼마나 결혼생활에 충실하고 배우자를 신뢰하며 사랑하는가의 문제이지 결코 법으로 막을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리라.

    어쨌든 이 ‘빠오얼나이(包二奶)’라는 말이 단순히 유행어의 개념을 넘어 국무원에서까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문제라는 것은 중국이 앞으로 경제건설과 함께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여야 하는가를 시사하고 있다. 중국의 ‘끄어우팅(歌舞廳)’, 즉 우리의 ‘노래방과 단란주점의 혼합 형태’인 이 곳에서는 아가씨를 두고 영업을 한다. 물론 법적으로는 금지되어 있지만 관할 당국의 묵인 하에 아가씨를 고용하는 ‘끄어우팅(歌舞廳)’은 여전히 성업 중이라고 한다. 가끔 단속이 심해져서 노래방 주인이 울상이라는 소리도 들리지만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유흥산업이 그저 단속으로 수그러들지는 않을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는 후라이팬에 맞는 남편들의 신음 소리가 그칠 줄 모른다고 하더니 몇 년 사이에 여성의 사회적, 가정적 지위가 서서히 위협당하고 있다. 두 집 살림을 하는 간 큰 남자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으며 성의 상품화가 중국 곳곳에서도 피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중국인들이 그러한 법 없이도 누구나 상처받지 않고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란다. ‘빠오얼나이(包二奶)’라는 말이 잠시, 잠깐 동안만 유행하고 지나가서 미래에는 중국 고어 사전에서나 볼 수 있는 단어로 남게 되기를 희망한다. 경제대국을 꿈꾸는 중국이 자본주의 체재를 수입하더라도 옥석은 가려낼 수 있는 안목이 있기를 소망한다.

  • 중국 민족학 박사 심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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