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일반

[중국 사랑방] 벗어서 탈난 이승연과 입어서 탈난 짜오웨이(赵薇)

  • 중국 민족학 박사 심형철
기사입력 2015.07.16 06:00
  • 2004년 2월쯤 각종 언론에 연일 보도되는 탤런트 이승연의 누드가 세인의 관심을 끌기도 전에 전국민의 분노를 샀었다. 연예인이 벗어서 이처럼 크게 탈이 난 경우는 그때가 처음이 아닌가 싶다. 그 이유는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이승연 누드가 종군위안부 문제를 상업화하였고 가슴아픈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녀의 누드 파문은 지난 일본 식민지 시대의 지울 수 없는 상처에 소금을 뿌린 셈이다. 역사 교과서 왜곡, 일본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 독도 우표 발행, 일본 우익의 망언 등 우리가 일본과 도저히 역사를 논할 수 없다는 한계를 절감하게 하는 사건들 뒤에 일어난 것이어서 그 파문이 더욱 컸었다.

    중국 역시 우리 못지 않게 반일 감정이 강하다. 재작년 가을 일본인들의 중국 섹스관광은 중국인들의 분노를 사게 되었고 결국 이 일과 관련된 많은 중국인들이 형사 처벌을 받았다. 이 사건에 앞서 중국에서도 유명 여자 연예인이 반일감정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은 ‘벗어서’가 아니라 ‘입어서’ 문제가 된 것이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짜오웨이(赵薇)는 현재 중국에서 잘 나가는 여자 연예인 중 한 명이다. 그녀가 주인공을 맡은 ‘環珠格格(청의 건륭제가 지방에서 현지 여인과 인연을 맺으면서 태어난 딸이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황제인 아버지를 찾는다는 내용)’가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그녀의 인기가 급상승하게 되었다. 짜오웨이(赵薇)는 각 종 프로그램에 단골로 출연하였으며 광고 모델로 주가를 한창 올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2001년 12월) 짜오웨이는 태양을 중심으로 부챗살이 쫙 펼쳐진 문양의 옷을 입고 공식 석상에 나타났다. 언뜻 보기에는 화려하고 세련된 옷차림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태양을 축으로 살이 펼쳐진(마차의 바퀴 모양을 연상시키는) 짜오웨이 옷의 도안이었다. 그 도안은 바로 일본 군기(軍旗)의 형태를 응용하여 디자인된 것이기 때문이었다. 중국에서는 일본 군기를 ‘까오야오치(膏藥旗)’라고 부른다. 이는 일본 군기의 문양이 색깔만 다를 뿐이지 마치 고약을 종이에 붙여 놓은 것 같다는 뜻이다. 짜오웨이는 중국인들이 그토록 증오하던 까오야오치를 걸치고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셈이 되었다.

    마침 그 때는 일본의 교과서 왜곡문제가 큰 쟁점인 시기여서 가뜩이나 중국 내에서도 일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던 때였으니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고 선풍기까지 틀어 놓은 형국이 되어 버렸다. 당연히 이를 본 기자와 팬들이 거세게 항의하였고 각 종 비난의 글이 신문과 인터넷에 게재되자 짜오웨이는 자신이 입었던 옷의 문양이 일본 군기인 줄 몰랐다고 공식 사과하였다. 그러나 “대학까지 나온 사람이 그 정도의 상식도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 더구나 일본에게 침략 당한 국치일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라는 비난 여론만이 더욱 거세어졌다. 현재 까오야오치 사건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으나 짜오웨이의 인기는 전과 같지 않은 것 같다.

    까오야오치 사건의 원조는 약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2년 남경에서 일본 기계전시회가 열렸을 때의 일이다. 어떤 중국인 장사가 종이에 일본 군기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판매하였다. 아이들은 이를 일본 군기인 줄 모르고 그저 예쁜 모양의 깃발이라 생각하여 흔들고 다녔다. 이를 본 시민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깃발 장사는 험악한 분위기 때문에 공포에 떨다가 급기야 줄행랑을 놓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반일 감정에 있어서 만큼은 잘 통하는 사이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는 일본인을 비하하여 ‘쪽바리’라고 부르고, 중국인은 일본인을 ‘꿰이즈(鬼子)’라고 부른다. 어쨌든 중국 연예인은 입어서, 한국 연예인은 벗어서 문제가 된 것이니, 사람들이여, 아무거나 입지 말 것이며 되는 대로 벗지 말지어다.

  • 중국 민족학 박사 심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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