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브 레이들로 저 | 책공장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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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신난 아이들, 가족들의 웃음소리, 파란 하늘 아래를 질주하는 코끼리 열차 등 동물원은 많은 사람에게 행복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이다. 동물원에서는 다양한 동물들을 볼 수 있다. 그늘에 늘어져 잠을 자는 사자와 곰, 우리 안을 어슬렁거리는 호랑이, 코를 흔들어대는 코끼리 등 TV나 그림책에서나 봤던 동물들을 직접 보는 즐거움은 꽤 쏠쏠하다. 하지만 당신은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적 있는가? 동물원의 동물들이 행복한지 말이다.
‘동물원 동물은 행복할까?’는 전 세계 동물원을 1,000번 이상 탐방한 저자가 동물원에 갇혀 지내는 야생동물에게 어떤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은 사진을 통해 자연 속의 동물과 동물원 동물들의 삶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사람이 아닌 동물의 입장에서 동물원의 참혹한 실태를 고발하고, 동물원의 현재를 되돌아본다.
온종일 축 늘어져 잠을 자고, 같은 자리를 빙빙 돌거나 몸을 앞뒤로 흔드는 등 동물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들의 행동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나타난 이상 행동이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인간의 편의대로 만들어진 좁은 공간에 갇혀 사는 동물들에게 스트레스와 좌절감은 당연할 텐데, 익숙한 광경에 어떤 잘못이 있었는지조차 감지하지 못했다는 것이 꽤 씁쓸하다.
책은 특히 북극곰, 코끼리, 고래, 유인원은 동물원에 가두기 적합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넓은 공간에서 무리와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며 사는 이 동물들에게 동물원이 학대의 공간이 될 수 밖에 없는지 조목조목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고개가 절로 떨궈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저자가 동물원을 무작정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책은 학대받거나 동물원 혹은 서커스에서 은퇴한 동물들을 위한 동물원, 그 지역의 기후에 맞는 동물들만 전시하는 동물원, 멸종 위기종 보존 사업을 하는 동물원 등 세계 각국의 진보적 동물원을 소개하며 동물과 인간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새로운 동물원의 유형을 제안한다. 또,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 동물원 동물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함께 제시하며 동물원과 동물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만들어진 지금의 동물원이 아닌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동물원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라. 이왕이면 동물원을 가기 전 아이들과 함께 보면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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