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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철의 중국 소수민족 이야기] #11 유랑하는 하사커인

  • 중국 민족학 박사 심형철
기사입력 2019.04.04 17:49
  • 실크로드를 따라 가다보면 현재의 신강위그르 자치구에 진입하게 되고, 가장 먼저 도착하게 되는 오아시스 도시가 하미이다.하미에서 북쪽에 위치한 빠리쿤 호수변의 광활한 초원은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사막으로 둘러싸인 녹지대, 그리고 그 안에 멋들어진 호수, 이렇게 아름다운 초원의 풍광을 보고 나면 실크로드 위의 오아시스가 얼마나 큰지를 체험할 수 있다.

    중국의 3대 명마(名馬) 중 하나인 빠리쿤마의 고향인 빠리쿤 초원은 중국의 유목민족 하사커족의 자치현이다. 신강지역에서 초원이 있는 곳이면 예외없이 하사커족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여름이 되면 드넓은 초원 위에 장펑[유목민족의 이동식 가옥]을 짓고 방목을 한다. 호수로 흘러가는 지류가 초원을 가로 지르고 그 주위로 말떼, 양떼, 소떼가 아주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광경을 감상하노라면 이곳이 사막 한가운데라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 그러나 이렇게 평온한 지역에도 최근까지 유랑의 역사가 있었다.

  • 하사커인 처녀가 붉은 면사로 얼굴을 가리고 초례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 하사커인 처녀가 붉은 면사로 얼굴을 가리고 초례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빠리쿤 초원 일대에 거주하던 하사커족들의 일부는 1934년 군벌의 가혹한 탄압을 벗어나기 위해 청해성(靑海省)으로 이주하였다. 그 후 하사커족은 현지에서 이미 자리 잡고 있던 훼이(回)족, 장(藏)족, 몽고족 등과의 갈등으로 이리저리 떠돌다가 1950년대 이후 간신히 자신들의 영역을 구축하였다.

    그러나 이들은 또 다른 곤경에 처하게 되었는데, 바로 결혼 문제였다. 혈연 단위로 이주하여 마을을 이룬 하사커족은 7대 이내에 통혼하지 않는 전통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배우자를 찾을 수 없었다. 이런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1984년 정부에서는 그들을 원래 고향으로 재이주시키는 계획을 세우고 토지와 집을 제공하였다. 다시 돌아온 고향이었지만 반기는 사람도 없었고 농사를 지를 줄도 몰랐다. 오히려 돌아온 것을 후회하는 사람이 늘어났고, 결국 하나 둘씩 다시 청해성으로 돌아간 결과, 정부에서 지은 집은 텅텅 비게 되었다.

  • 중국 민족학 박사 심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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