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일반

[심형철의 중국 소수민족 이야기] #9 하사커족 아가씨와 마시던 나이차

  • 중국 민족학 박사 심형철
기사입력 2015.07.06 06:00
  • 중국 서북 지역의 최 북단에 알타이산맥이 있다. 알타이 산맥은 초원이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방목에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하사커족의 터전이다. 아침이면 안개가 골짜기마다 연기처럼 피어오르고 촉촉한 공기와 산내음이 어우러진다. 하지만 이처럼 향기로운 냄새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방목하는 수많은 소와 말, 양 등이 번갈아 초원 위에 실례를 하기 때문에 코끝을 강하게 자극하는 알칼리성 분뇨 냄새도 맡아야 한다.

    깊은 계곡을 따라 힘차게 달리는 계곡물은 때로는 하늘 빛으로 때로는 옥빛으로 초원을 감싸안고 흐른다. 이렇게 아름답고 완벽한 자연조건에 장펑을 짓고 봄부터 가을까지 전원 생활을 해보는 것이 도시인에게는 하나의 꿈이지만 하사커족에게는 일생 동안 이어지는 일상의 연속이니 달리 전원이니 낭만이니 따지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어느 해 여름 알타이산맥의 카나스호수에 갔을 때 우연히 하사커족 아가씨를 만났다. 그녀는 당시 내가 다니던 대학을 졸업하고 방학 중을 이용하여 집안 일을 거들러 잠시 머물던 참이었다. 동문인 우리는 자연스럽게 말이 이어졌고 그녀의 초대로 그녀 가족이 거주하는 장펑에 가게 되었다.

    잘 정돈된 장펑 안에 걸려 있는 늑대 가죽은 하사커족의 용맹성을 웅변하고 있었다. 양탄자가 곱게 깔린 침상에 걸터앉아 나이차(엽차에 우유를 탄 것) 마셨다. 밤이 깊어 으슬으슬하던 차에 마시는 따뜻한 한 잔의 차와 산속에서 채취한 자연 꿀에 그들이 직접 구운 빵을 찍어 먹는 맛, 열려진 문틈으로 보이던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황홀함 자체였다.

  • 하사커족 어린이들은 조끼를 즐겨 입는다. 붉은 색 조끼의 깃에는 예쁘게 수가 놓여있다. 그리고 이슬람교를 믿는 민족이 대개 그러하듯 챙이 없는 모자를 쓴다. 모자에는 예쁜 깃털이 장식되어 있는데 이것이 다른 민족과 구별되는 하사커족만의 특징이다. 꼬마들은 장펑 주위를 맴돌며 푸른 초원과 파란 하늘을 벗삼아 재잘거린다. 아이들이란 이렇게 자라야 하는데.......
  • 중국 민족학 박사 심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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