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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vs. 영화] 카모메 식당

기사입력 2015.06.08 20:55
  • 일본 영화 특유의 잔잔함이 돋보이는 ‘카모메 식당’은 일반적인 기준의 재미있는 영화와는 거리가 있다. 영화는 특별한 사건도 개연성 있는 줄거리도 없이, 일상의 소소함을 느릿하게 담아낼 뿐이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영화를 본 이후 “이게 뭐지?”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유다.

    하지만 영화는 핀란드의 여유로운 정경이 자아내는 수려한 영상과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 유쾌한 캐릭터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덕분에 영화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나뉜다. 이렇게 지루한 영화가 다 있느냐며 고개를 흔드는 이가 있는가 하면, 명작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우는 마니아층도 꽤 두껍다.

  • ‘사치에’는 핀란드 헬싱키의 작은 마을에 일본식 주먹밥 ‘오니기리’를 주메뉴로 한 ‘카모메 식당’을 열었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손님이 없다. 하지만 사치에는 조급해하지 않고 사람들과 소박한 정을 나눌 수 있는 가게를 꿈꾸며 하루하루 열심히 할 일을 할 뿐이다.

    어느 날, 식당에는 일본 만화 오타쿠인 핀란드 청년 ‘토미’가 찾아오고, 눈을 감고 세계지도를 찍어 무작정 핀란드에 온 ‘미도리’와 홀로 여행을 왔다가 가방을 잃어버린 ‘마사코’, 갑자기 집을 나간 남편 때문에 괴로워하는 핀란드 여인 ‘리이사’ 등 사연 많은 손님이 하나둘 찾아온다.

    이들과의 다양한 만남 속에 카모메 식당은 사치에의 소원대로 사람들 간의 소박한 정을 나누는 공간으로 차츰 변해간다.

  • 영화 ‘카모메 식당’의 원작은 감독이 작가에게 요청해 집필되었다는 동명 소설로, 감독은 완성된 소설을 각색해 영화를 만들었다.

    무엇을 말하는지 한마디로 꼬집어 말하기 난해한 영화와 달리 소설은 이해하기 수월하다. 캐릭터의 생각이나 심리상태, 그리고 그들이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배경이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소설은 영화에서 밝히지 않은 사치에와 미도리가 핀란드로 가게 된 사연이라던가 손님들이 카모메 식당을 찾게 된 이유는 물론 영화가 채 다루지 못한 에피소드까지 담고 있다. 따라서 영화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거나, 영화의 뒷이야기가 궁금했던 이들이라면 소설은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다. 또한 소설은 핀란드의 여유롭고 따뜻한 정경, 캐릭터의 유쾌함은 영화에 조금 못 미칠 수 있지만, 중년의 싱글 여성들이 낯선 땅 핀란드에서 찾은 새로운 일상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주제의식까지 찾을 수 있다.

    ‘카모메 식당’은 영화와 소설을 함께 볼 때 가장 완벽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 ‘카모메 식당’을 아직 보지 않았거나 영화를 보고 실망했던 당신이라면 소설을 보길 추천한다. 반대로 소설 ‘카모메 식당’만 봤다면 꼭 한번 영화를 보길 추천한다. 여유로움과 유쾌함이 가득한 영화와 캐릭터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소설을 함께 할 때 진정한 ‘카모메 식당’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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