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작 vs. 영화] 고백

기사입력 2015.05.27 15:39
  • 2008년 일본 열도는 한 신인 작가의 소설에 시선이 집중되었다. 일본의 각종 미스터리 랭킹은 물론 2009년 일본 서점대상까지 석권하는 기염을 토한 이 소설은 치밀한 복선과 탄탄한 구성이 돋보이는 소설 ‘고백’이다.

  • 이야기는 어느 여교사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한 중학교의 종업식. 학교 시범 사업인 우유 마시기의 중요성을 늘어놓는 여교사의 설교가 슬슬 지루해질 즈음 그녀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바로 여교사의 다섯 살 난 딸아이를 죽인 사람이 그 반 학생이라는 것과 자신이 살인범들이 마신 우유에 에이즈 환자인 아이 아버지의 피를 섞어놓았다는 것이다.

    당혹스러운 여교사의 고백을 시작으로 소설은 이 사건에 연루된 다섯 사람의 고백을 차례대로 이어간다. 그들은 분명 같은 사건을 고백하지만, 고백하는 이에 따라 피해자와 가해자는 수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소설은 각자의 이해관계와 입장에 따라 사건을 해석하는 방법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인간의 본성을 파헤치는 심리묘사와 속도감 있는 전개로 독자들을 열광케 한 소설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손을 뗄 수 없게 한다. 지금껏 하나의 진실을 두고 이토록 다른 견해를, 그것도 각각의 화자에게 모두 동화될 수 있는 소설이 어디 있었던가! 살인사건과 복수라는 무거운 소재 탓에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조용한 고백으로 시작되는 여교사의 복수는 그 어느 스릴러보다 오싹하다.

  • 영화 스틸컷
    ▲ 영화 스틸컷
    출간 즉시 독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은 소설 ‘고백’은 그 인기에 힘입어 2010년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다. 소설과 마찬가지로 각 인물의 고백을 빠른 속도로 이어가는 영화는 감각적인 영상과 힘 있는 이야기의 조화로 원작의 흥행을 이어갔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몰입도를 높여가는 영화는 원작 소설 못지않은 매력을 낳고 있다.

    하지만 담담한 릴레이식 고백은 영화보다 소설에서 더 맛이 나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의 그 어떤 작품과도 다른 독특한 경험을 선사하는 고백. 영화도 나쁘지 않지만, 이왕이면 원작 소설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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