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의미빈도로 본 우리말] “어린이날, 그 특별함에 관하여”

  • 연세대언어정보연구원 이윤진 전문연구원
기사입력 2016.05.04 09:50
‘의미빈도’란 하나의 낱말이 어떤 의미로 얼마나 자주 쓰이는가를 밝힌 사용 빈도수이다. <의미빈도로 본 우리말>에서는 서상규 연세대 언어정보연구원장의 저서『한국어 기본어휘 의미빈도 사전』을 토대로 낱말의 실제 쓰임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한다.
  • ‘어린이’는 어리지만 ‘어린이날’의 역사는 길다. 1923년에 제정된 어린이날이 어느덧 93회 생일을 맞는다. 해마다 이맘때면 풍성한 문화 행사, 관련 업계의 어린이날 마케팅, 선물 준비에 분주한 부모들의 모습이 으레 화두다. 

    "어린이를 위해 나이에 따라서 장난감이나 그림책이라든가 무엇이든지 조그마한 것이라도 선물을 하면 좋겠다"고 하면서 “어린이날의 실행은 가정에서부터 시작하라”고 한, 어린이날이 제정되던 해의 기사(동아일보, 1923년 4월 29일자)와 사뭇 대조적이다. 

    '어린이'는 '어리다'에 '사람’이란 뜻을 갖는 의존명사 '이'가 결합한 말이다. '어리다'는 실제 나이가 적을 때, 상대적으로 적은 나이를 말할 때 두루 쓰인다. "어린 송아지가 부뚜막에 앉아 울고 있어요"로 시작하는 동요에서처럼, 작고 여린 동식물에도 ‘어리다’고 말한다. 이 이외도 생각이나 경험이 불충분한 것을 '어리다'고 표현한다. ‘어리다’의 어원인 '어리석다(愚)’와 관련이 있으며 <훈민정음> 서문의 ‘어린 백성’이 그 대표적인 예다. 

    <한국어 기본어휘 의미빈도 사전>의 '어리다'의 쓰임을 보면 ‘나이가 어리다’의 의미가 98%로 압도적으로 높고 ‘철모르는 어린 생각’과 같이 ‘생각이 어리다’의 용법이(2%) 일부 나타난다. 동음이의어인 ‘어리다’도 있다. ‘목소리에 긴장이 어리다’, ‘눈에 눈물이 어리다’ 등에서 ‘어리다’는 동사이다. 

    어린이헌장의 조항을 보면 ‘어린이에게 마음껏 놀고 공부할 수 있는 시설과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하고, 공부나 일이 어린이의 몸과 마음에 짐이 되지 않아야 하고......’ 등의 내용이 있다. 1930년대 기사에서도 “오늘 하루뿐만 아니라 오늘을 기점으로 하여 어린이날의 의의와 효과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도록 어른들이 힘써야 한다”(동아일보, 1936년 5월 3일자)고 했다.

    어린이날을 맞아 "어떤 선물을 사줄까"라든가 "어디에 놀러 갈까?"를 고민하기보다는 과연 우리 어린이들이 1년 내내 '존중받을 권리', '행복할 권리'를 누리는지를 되새겨 보면 어떨까? 특별하지 않은 특별한 어린이날이 아닌, 어린이날의 진정한 취지를 이어가기 위하여.

  • 연세대언어정보연구원 이윤진 전문연구원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