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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농림수산식품 주요 통계’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은 1인당 11.5kg의 닭고기를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1980년과 비교했을 때 무려 379% 이상 상승한 수치다.
닭고기 소비량이 늘어나면서 닭의 평균 도축일수도 많이 줄어들었다. 공장식 축산 닭의 평균 도축일은 1950년대 생후 70일 정도였지만, 현재는 평균 49일 이내로 짧아졌다. 두 달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닭을 키워 잡아먹는다는 얘기다.
닭의 사육일수가 짧아진 것은 폭발적으로 늘어난 소비 덕분이기도 하지만, 변화된 닭의 품종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진행된 닭 실태 조사에 의하면 1957년 닭의 평균 무게는 905g이었으나, 2005년에는 4,202g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살코기를 더 많이 얻을 수 있도록 품종개량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닭은 몸만 무거워졌지 예전 닭보다 병에 더 취약해졌다. 닭의 사육일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닭의 사육일수가 짧아지면서 닭고기의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게 힘들다는 데 있다.
닭의 도축일수가 빨라지면서 주요 식품에 사용되는 닭의 크기도 점점 작아지는 추세다. 예전 시장 통닭은 12호 크기의 닭을 많이 사용했으나, 요즘 프라이드 치킨은 9~10호 닭을 많이 사용한다. 닭의 호수는 무게에 따라 나뉘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닭은 7호(700g)~15호(1.5kg)로 각 호는 100g씩 차이가 난다.
항간에는 어린 닭일수록 육질이 연하고 맛이 좋다는 이야기가 정설처럼 떠돌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병아리를 갓 벗어난 닭이 맛이 있을 리 없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닭들은 너무 어려 겨우 닭 모양만 갖췄을 뿐 맛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연한 닭이라는 뜻의 ‘영계’도 최소 100일은 자란 닭을 말하며, 10년 전만 해도 생후 약 6~8개월은 자라야 영계라 불릴 수 있었다. 외국에서는 닭의 맛이 좋아지기 위해 평균 1.6kg 이상이 되었을 때 도축한다고 한다.
크기와 맛이 떨어지는 닭의 유통이 일반화된 것은 닭을 ‘무게’가 아닌 ‘마리’로 팔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제는 맛을 위해서라도 닭의 크기와 도축일수를 다시 늘려야 하지 않을까? 자연에서라면 짧게는 7년, 길게는 30년을 사는 닭에게 미안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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