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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vs.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기사입력 2015.04.13 17:06
  • 인도 빈민가 출신 고아 소년의 드라마틱한 삶을 빠른 전개와 감각적인 화면으로 그려낸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사람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기며 세기의 수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세계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은 영화는 2009 아카데미 8개 부문, 2009 골든글로브 4개 부문 등 전 세계 88개 영화상을 석권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 뭄베이 빈민가에 사는 자말은 거액의 상금이 걸린 인기 퀴즈쇼에 참가해 우승자가 된다. 하지만 정규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않은 자말이 속임수를 썼을 것이라는 퀴즈쇼 사회자의 고발로 자말은 상금을 받는 대신 경찰에 끌려가게 되고, 자신이 문제의 답을 알고 있었음을 증명하기 위해 파란만장한 삶의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영화는 차 심부름꾼에 불과한 소년이 누구도 우승하지 못했던 퀴즈쇼의 우승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를 ‘운명’이라 이야기한다. 종교분쟁으로 인한 어머니의 죽음부터 범죄집단으로부터 위협받던 어린 날, 똥통에 빠지면서까지 좋아하는 배우에게 사인을 받기 위해 내달렸던 열정, 믿었던 형의 배신, 여자친구 라티카에 대한 사랑 등 그의 삶은 운명처럼 퀴즈쇼의 문제와 닿아있다.

    영화는 발리우드 영화가 흔히 그렇듯이 흥겨운 춤과 노래를 곁들여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지만, 현대 인도 사회의 속살을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적으로 담아내어 보는 이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 영화 스틸컷
    ▲ 영화 스틸컷
    영화의 원작은 인도 작가 비카스 스와루프의 데뷔작인 소설 ‘Q&A’로 영화와 닮은 듯 다른 매력으로 독자를 사로잡아 전 세계 36개 언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퀴즈쇼에 우승한 가난한 소년이 경찰에 체포되어 삶의 이야기를 펼쳐놓는다는 주요 줄거리는 영화와 같지만, 소설은 세부 설정이나 상황에서 영화와 많은 차이를 보인다.

    영화가 자말과 라티카의 사랑에 상당한 비중을 할애한 것에 반해 소설은 주인공 ‘람(종교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어른들은 이 고아 소년에게 ‘람 모하마드 토머스’라는 각 종교를 대표하는 이름을 붙여줬다)’의 삶에 좀 더 집중한다.

    람의 인생을 통해 밝혀지는 인도 사회의 현실 역시 어둡고 비참한 부조리로 가득하지만, 소설은 그런 삶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꿈을 이뤄가는 사람들과 희망에 초점을 맞춘다. 람은 운명처럼 퀴즈쇼 문제의 정답을 알고 있었지만, 그 운명은 매 순간 열심히 살아온 노력의 결과였기 때문이다.

    소설은 절대 가볍지 않은 내용임에도 책장을 술술 넘어가게 하는 경쾌함을 잃지 않는다. 영화에서 채 담아내지 못한 세세한 부분까지 아우르는 것도 원작의 묘미를 한층 높여준다.

    소설 ‘Q&A’와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훌륭한 원작이 훌륭한 영화를 만든다는 단순한 진리를 새삼스레 깨닫게 해준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영화와 소설, 그 어느 것도 놓치지 말기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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