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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풀이 소극장] '늑대아이' 미야자키 하야오의 뒤를 이을 애니메이션 걸작

기사입력 2015.04.08 17:48
  • 몇 년 전부터 예능 프로그램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육아예능. 육아예능이 이토록 인기를 끄는 이유는 어린 아이들의 귀여움과 더불어 엄마 아빠들의 서툰 육아법이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부모가 되는 데에는 예습도, 복습도 없다. 육아 경험이 없는 서툰 남녀가 부모가 되어, 자라나는 아이의 발걸음에 맞춰 그때그때 배우는 실전만이 있을 뿐이다. 참고서는 본인의 어린 시절 경험이나 어른들의 조언. 그런데, 어디에서도 조언을 얻을 수 없는 특수한 아이를 키우는 경우라면? 그것도 모자라 그 아이가 시시때때로 늑대로 변신하는 늑대 아이라면 어떨까?

  • "동화 속 얘기 같다고 비웃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건 틀림없는 저희 엄마의 이야기입니다. 엄마가 좋아하게 된 사람은 늑대인간이었습니다."

    애니메이션 영화 '늑대아이'는 한 소녀의 나래이션으로 시작한다. 이후 두 명의 늑대아이와 한 인간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뒤,

    "엄마는 저희를 키운 12년의 세월을 뒤돌아보곤 정말 동화 속 얘기처럼 한순간이었다며 웃더군요. 그 웃음이 저는 정말 감사했어요"라는 소녀의 나래이션으로 끝맺는다. 마치 한 편의 육아일기를 훔쳐 보는듯한 느낌이다.

  • 시골로 이사 간 엄마와 두 늑대아이의 단란한 모습.
    ▲ 시골로 이사 간 엄마와 두 늑대아이의 단란한 모습.
    '늑대아이 육아기'는 늑대인간이었던 아빠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 둘째를 낳은 엄마를 위해 사냥을 나선 아빠는 인간들에게 발각돼 세상을 떠나고 만다. 남은 건 태어난 지 1년 된 여자아이 유키와 젖먹이 남동생 아메, 그리고 늑대아이를 키워본 적 없는 엄마. 엄마는 아빠의 사진 앞에서 아이들을 잘 키우겠노라 다짐하지만 번번이 난관에 부딪힌다. 

    늑대의 피를 물려받은 유키와 아메는 수시로 늑대로 변신해 네 발로 뛰어다니거나 한밤 중 늑대 울음소리를 내며 엄마를 당황케 만든다. 이런 아이들을 위한 엄마의 특단의 대책은 바로 인적이 드문 시골 마을로 이사 가는 것. 엄마는 유키와 아메가 인간과 늑대 둘 중 어떠한 삶을 선택하더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데 학교에 다니며 인간 생활에 완벽하게 적응한 누나 유키와는 달리, 쥐 한 마리도 사냥하지 못할 정도로 유약한 동생 아메는 인간도 늑대도 아닌 채로 겉도는 모습만을 보인다.

  • 유키와 아메의 어린시절 모습. 늑대로 변한 두 아이의 귀여운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를 보는 시간이 아깝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어린시절 사냥을 좋아하고 용감했던 유키는 성장할수록 인간의 삶을 선택하게 되고 반대로 허약하고 여렸던 아메는 늑대의 삶을 선택한다.
    ▲ 유키와 아메의 어린시절 모습. 늑대로 변한 두 아이의 귀여운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를 보는 시간이 아깝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어린시절 사냥을 좋아하고 용감했던 유키는 성장할수록 인간의 삶을 선택하게 되고 반대로 허약하고 여렸던 아메는 늑대의 삶을 선택한다.
    줄곧 잔잔하게만 흐를 것 같던 영화 '늑대아이'는 뜻밖의 순간 관객의 뒤통수를 친다. 늑대의 삶을 선택한 아메가 엄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집을 떠나는 바로 그 날이다. 십여 년 전 예고 없이 아빠를 보내야했던 그 때처럼, 엄마는 또 폭우 속에 아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뒤늦게 아메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된 엄마는 밤새도록 비 오는 산속을 헤매지만 결국 아들을 찾지 못하고 정신을 잃는다. 그리고 폭우가 그친 뒤 햇살이 내려쬐는 아침, 엄마는 자신을 구하고 나서 산으로 돌아가려는 한 마리의 늠름한 늑대, 아메를 만나게 된다.

    "떠나려는 거니? 난 아직 너에게 해준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늑대아이를 키우면서 한 번도 힘든 내색 없이 아이들 뒷바라지를 해 왔던 엄마가 '아무것도 해준 게 없다'고 혼잣말을 할 때 눈물을 훔치지 않는 관객은 아마 없을 것이다. 보내야하는 줄 알면서도, 자신에게는 여전히 허약한 어린아이 같은 아메를 품에서 떠나보내는 엄마의 심정은 어땠을까. 엄마와 아메의 이별 장면에서 감정선이 최고조에 달한 관객들은 영화의 마지막 '어머니의 노래(おかあさんの唄)'가 흘러나올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한다. 힐링 영화, 육아 일기인줄로만 알았던 '늑대아이'의 진짜 속살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 폭우 속에서 아메를 찾아 헤매다 쓰러진 엄마는 꿈속에서 아빠를 만난다. 아빠는
    ▲ 폭우 속에서 아메를 찾아 헤매다 쓰러진 엄마는 꿈속에서 아빠를 만난다. 아빠는 "아메라면 걱정마. 다 컸어. 이제 자기 세계를 찾은거야"라고 다독인다.
    영화 '늑대아이'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 호소다 마모루의 작품이다. 2006년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전세계 영화제에서 23개의 수상을 기록한 그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뒤를 이을 인물로 주목받는 감독이다. 성장통, 가족애, 모성이라는 주제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림과 음악을 담은 영화 '늑대아이'는 전 연령층의 관객이 보더라도 손색이 없는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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