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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vs.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기사입력 2015.03.16 13:54
  •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는 제목 그대로 아내가 결혼하면서 삶이 꼬인 한 남자의 이야기다. 아내의 결혼이라고 하면 이혼이나 불륜을 떠올리기 쉽지만, 소설 속 아내의 결혼은 평범치 않다. 남편에게 공식 선언을 한 후 감행한 이중결혼(二重結婚)이기 때문이다.

    두 명의 남자와 동시에 결혼생활을 하는 당돌한 아내와 그녀를 벗어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남편이라니! 일부다처제에는 눈을 감아줄지언정 일처다부제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는 대한민국에 이렇게 파격적인 소재를 다룬 소설은 없었고, 덕분에 소설은 출간 당시 수많은 논란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 매력적이지만 자유분방한 연애관의 소유자인 인애를 만나고 사랑하게 된 덕훈. 그는 “한 사람만을 평생 사랑할 수 없다”는 그녀의 커밍아웃에도 불구하고 인애와의 결혼을 감행한다. 인애를 독차지하고 싶다는 욕심에 그녀의 독특한 연애관은 물론 다른 사랑까지 인정해주겠다는 조건을 안고 시작한 결혼생활이었지만, 덕훈은 이 결혼이 흔히 말하는 얘기처럼 그녀에게 연애의 무덤이 되어줄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꿈 같은 결혼생활을 하던 어느 날, 덕훈의 기대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사건이 벌어진다. 인애가 덕훈 이외에 다른 남자를 또 사랑하게 되었다고 선언한 것. 설상가상으로 아내는 그와도 결혼하겠다고 한다. 덕훈은 도저히 아내를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이 모든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아내가 없는 것보단 낫다는 사실이다.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 남자 덕훈이 아내의 결혼을 두고 내린 결론은 무엇일까? 아내의 또 다른 사랑인 남자를 무찌를 것인가? 아내를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아내의 반만이라도 가질 것인가?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아내에게 동화되어 가던 남편은 결국 아내의 두 집 살림을 허용한다. 이런 기막힌 상황을 축구와 함께 엮어가는 작가의 교묘한 솜씨는 제 뜻과 다르게 흘러가는 결혼생활에 적응해가는 덕훈의 모습을 꽤 유쾌하게 그려냈고, 많은 여성 독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 영화 스틸컷
    ▲ 영화 스틸컷
    소설은 2008년 김주혁, 손예진 주연의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다. 김주혁은 고뇌하는 비운의 남편 덕훈을 완벽히 소화했고, 손예진은 저 정도 여자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원작보다는 더 귀엽고 애교 덩어리인 인아를 만들어냈다. 소설이 보여준 발칙한 상상력은 한층 가벼워져 말도 안 되는 영화라고 뭇 남성 관객들의 지탄을 받기도 했지만, 영화는 원작에 누가 되지 않을 만큼은 잘 만들어졌다.

    비록 캐릭터를 100% 공감할 수는 없더라도 사랑과 결혼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엎는 상상력이 유쾌한 작품 ‘아내가 결혼했다'. 덕훈이 인아의 매력에 빨려 들어가 동화된 것처럼 이 작품의 매력을 제대로 알기 원한다면 영화보다는 소설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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