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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vs.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기사입력 2015.03.10 17:00
  •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주인공 월터 미티는 해본 것도, 가본 곳도, 특별한 일도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인물이다.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와 여동생을 부양하게 된 월터는 어릴 적 꿈을 접고 16년째 잡지사의 필름 현상을 담당하고 있다.

    월터의 유일한 취미이자 특기는 멍 때리며 상상하기로, 그의 상상은 시도 때도 없이 펼쳐진다. 상상 속에서 그는 쭉쭉이 인형을 두고 악당과 결전을 벌이는 히어로가 되기도 하고, 벤자민 버튼을 뛰어넘는 로맨티시스트가 되기도 하는 등 두려울 것이 없다. 하지만 상상이 끝나고 현실로 돌아온 그는 소심하고 평범한 중년 남성일 뿐이다.

    현실에서의 불만족을 상상으로 채우며 살아가던 어느 날, 월터의 단조로운 생활에 큰 변화를 일으키는 사건이 일어난다. 바로 잡지의 폐간이 결정되며 정리해고의 바람이 부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전설의 사진작가가 보내온 잡지 마지막 호의 표지 사진 필름을 잃어버리게 된 것.

    모든 것을 잃어버릴 위기에 놓인 월터는 사라진 필름의 행방을 찾아 상상이 아닌 진짜 모험을 시작하기로 일생일대의 결심을 한다.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아프가니스탄, 히말라야 산맥 등으로 이어지는 월터의 모험은 상상 속 모험 못지않게 스펙터클하다. 월터는 영하의 바다 한가운데로 뛰어내리고, 화산이 터지기 일보 직전의 아이슬란드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질주하는 등 목숨을 건 현실의 모험을 하게 되는데, 수려한 장관 속에서 펼쳐지는 월터의 진짜 모험은 보는 이의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만들며 짜릿한 쾌감을 전해준다.

  • 영화의 원작은 ‘제2의 마크 트웨인’이라 불리는 미국 고전 유머 작가 제임스 서버의 대표작 ‘월터 미티의 은밀한 생활(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이다. 1939년 ‘더 뉴요커’에 발표된 이 작품은 몇 페이지 되지 않는 짧은 분량이라 영화의 원작이라기보다는 모티브가 되었다고 보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다.

    단편 속 월터 미티는 아내의 잔소리에 맞서 해군 수상기를 모는 사령관이 되거나, 수술 장갑을 낀 능력 있는 의사, 백발백중 명사수가 된 모습을 상상하는 소심한 중년 남성인데, 소설은 당시 대공황 여파에 움츠려있던 사람들에게 ‘월터 미티 신드롬’을 일으켰다.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했을 법한 나만의 상상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고, ‘월터 미티’라는 이름은 ‘터무니없는 공상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영어 사전에 등재되었다. 월터 미티는 유명한 강아지 캐릭터 스누피의 홈페이지에 스누피는 ‘월터 미티 콤플렉스를 가진 외향적인 비글’이라 소개될 정도로 보편화되었다.

  • 영화 스틸컷
    ▲ 영화 스틸컷
    영화는 월터의 모험을 통해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목적"이라는 깨달음을 준다. 덤으로 감독 겸 주연을 맡은 코미디 배우 벤 스틸러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역동적인 사건이 이어지는 초반에 비해 후반부가 조금 밋밋하긴 하지만, 적당한 재미와 감동을 전해줘 새로운 봄을 시작하는 이 시점에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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