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을 위한 기획부터 편집, 인쇄와 유통까지 모든 과정이 이루어지는 도시. 더불어 독특한 건축물들이 즐비하고 책에 대한 향수를 안겨주는 곳. 바로 파주출판도시의 이야기다.
과거 80년대 후반부터 출판인들이 모여 조성하기 시작한 파주출판도시는 현재 많은 사람들에게 책 중심 복합문화공간으로 안착했다. 더욱이 지난해 '지혜의 숲'이 개관하면서 파주출판도시는 출판인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메카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지혜의 숲. 어떤 곳일까? -
지혜의 숲은 건물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파주출판도시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1층 공간을 지칭하는 것이다. 지혜의 숲이 조성되기 전 이 공간은 단순 카페와 로비라운지였다. 또 평소 행사가 없을 때는 그저 비어있는 공간일 뿐이었다.
그러다 이런 공간을 활용해 벽면에 책장을 꾸미고 공공의 서재를 조성하면서 서가길이 총 3.1km, 수장 도서 50만권을 자랑하는 지혜의 숲이 탄생하게 됐다. 책은 파주출판도시에 입주한 대표적인 출판사와 은퇴한 교수나 원로학자들에게 기증을 받았다. -
지혜의 숲은 총 3개의 구역으로 나뉜다. 먼저 '지혜의 숲1'은 국내 학자와 지식인 전문가들이 기증한 도서가 소장된 공간이다. 이곳에 있는 책들은 사연이 있다. 센터 담당자의 말에 따르면 은퇴하는 교수나 학자들의 책은 취급하기 까다로워 대학도서관이나 헌책방에서 취급하지 않아 대부분 폐기된다고 한다. 그런 책들이 기증돼 공간을 꾸미고 있다.
이런 연유에 일부 사람들은 책들의 '무덤'이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의미를 되새겨 보면 책들의 '기록'이란 표현이 맞는 듯하다. 기증자가 평생 읽고 연찬한 책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고 기증자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지혜의 숲2·3'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출판사들의 기증도서가 있는 공간이다. 이곳은 특히 출판사별로 책이 분류돼 있어 우리나라 출판과 출판사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또한 가족단위 방문객을 위한 어린이책 코너가 별도로 마련돼 있다. 무엇보다 '지혜의 숲3'은 24시간 운영된다. 만약 밤새 책을 읽고 싶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많은 블로그나 기사에서는 지혜의 숲을 '도서관'이라 부른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지혜의 숲은 도서관이 아니다. 장서 문법에 의해서 명확하게 성격별로 구분된 도서관과는 달리 책을 기증한 학자와 지식인, 출판사별로 책이 구분돼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출도 안 된다.
하지만 책을 기증한 사람과 출판사가 추구하는 책들의 맥락, 즉 궁합을 알아보는 매력이 있다. 그러므로 지혜의 숲을 방문한다면 누군가의 사적인 서재에 놀러 가는 기분으로 와서 책의 결을 느껴보고 본인과 맞는 책을 꺼내 읽으면 되는 것이다.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는 지혜의 숲 이외에도 '까페 인포떼끄'와 '게스트하우스 지지향', '다이닝노을 라운지' 등의 시설도 갖추고 있다.
먼저 까페 인포떼끄는 지혜의 숲2에 위치한 말 그대로 카페다. 일반적인 도서관이라면 음료반입이 안 된다. 그러나 이곳은 음료를 마시며 풍경이 아름다운 창가에 앉아 책의 매력에 푹 빠져볼 수 있다. 음료의 가격은 3천5백원~5천5백원이다. -
게스트하우스 지지향은 총 80여개의 객실을 갖춘 곳으로 서가와 고서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휴식공간이다. 또 일반적인 게스트하우스와 달리 TV가 없다. 출판도시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답게 책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
특히 5층의 객실은 유명작가들의 방으로 꾸며져 있는데 방문에 적혀있는 작가의 책들을 객실 안에서 만날 수 있다. 더불어 작가의 친필 원고나 애장품도 한데 볼 수 있다. 객실 요금은 종류에 따라 12만원~14만원이다. -
마지막으로 다이닝노을 라운지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으로 가족과 연인, 친구와 함께 오붓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일반메뉴부터 코스메뉴까지 가격대는 8천원~7만2천원으로 다양하다.
만약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를 방문할 예정이라면 지혜의 숲에서 책을 읽고 다이닝노을에서 출판도시풍경을 감상하며 식사하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평일 점심시간에 다이닝노을을 방문하면 보다 저렴하게 세트메뉴를 즐길 수 있다. -
겨울이 지나고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는 봄이 서서히 그 자취를 들어내고 있다. 이런 봄을 맞아 파주출판도시를 방문해 지혜의 새싹을 돋아나게 해보는 건 어떨까?
※ 파주출판도시&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관련정보
파주출판도시는 80년대 후반부터 조성되기 시작했다. 총 48만평부지 중 1단계로 완공된 부지는 26만평이다. 이곳에는 현재 출판사를 비롯한 디자인, 인쇄, 제본회사 등을 포함해 120개가 넘는 회사가 입주해 있다. 특히 1단계 도시가 완공되면서 도시로서의 역할을 위해 조성된 곳이 바로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다.
2단계 부지는 특이하게 영상산업도 같이 들어온다. 기획 초기부터 있었던 사항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회의 변화를 수용하면서 영상산업을 접목시키기로 한 것. 내후년 정도 건물들이 완공되고 회사들의 입주가 완료되면 출판도시는 '출판영상도시'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 파주 출판도시문화재단 홈페이지 / 문의 : http://pajubookcity.org / 031-955-0050
- 게스트하우스 지지향 문의 : 031-955-0090
최신뉴스
Copyright ⓒ 디지틀조선일보&dizz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