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영화를 보고 나면 그 여운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어진다. 우리가 DVD를 사거나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세상은 변하지만, 좋은 영화는 10년 뒤에 다시 켜 봐도 그 속에 있는 메시지가 녹슬지 않는다. 오랜만에 각자의 마음속에 담아뒀던 그 영화를 꺼내어보는 건 어떨까. 맥주 한 캔을 곁들여 심심풀이로 볼 수 있는, 지나간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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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이즈 웰'이라는 명대사를 남긴 영화 '세 얼간이'는 2009년 인도에서 개봉했다. 저예산 코미디 영화지만, 그해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던 '아바타'를 누르고 인도 내에서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저력이 있다. 한국에 개봉하게 된 과정도 독특하다.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먼저 화제가 됐고 2년 뒤 극장 개봉을 한 것. 네티즌들이 좋은 영화를 극장으로 불러 온 셈이다. 앞길이 막막하고 두렵다면, '세 얼간이'의 주인공 란초에게 조언을 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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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최고의 명문 공대 ICE에 입학한 천재 공대생 란초(아미르 칸 분), 여기에 그를 따르는 두 친구 파르한(마드하반 분)과 라주(셔먼 조쉬 분)가 더해져 세 얼간이가 됐다. 파르한은 아버지의 등쌀에 떠밀려, 라주는 가난한 집안 사정 때문에 공학도가 되었지만, 란초에 대한 정보는 미스터리에 싸여있다. 그런데, 친구들의 우상이었던 란초가 대학교 졸업식 이후 감쪽같이 사라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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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세 얼간이'는 사라진 란초를 찾으러 나선 친구들의 여정에 따라 흘러간다. 이 여정에 동행한 이는 파르한과 라주, 그리고 란초의 라이벌 차투르(오미 베이디아 분)다. 란초를 찾는다는 게 전체적인 줄거리지만, 영화의 대부분을 이루는 것은 이들의 대학시절 에피소드다. 영화는 '성공을 위해 살 것이냐, 아니면 행복을 위해 살 것이냐'하는 심오한 질문을 란초와 친구들의 유쾌한 에피소드를 통해 재치있게 풀어낸다. 선택의 기로에 놓인 세 청춘이 뱉아내는 한 마디 한 마디도 우리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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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후 사라진 란초는 어디로 갔을까? 정말 그의 말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성공은 뒤따라오는 것일까? 경우에 따라서는 이 영화의 결말이 너무 긍정적이고 이상적이라 느낄 수도 있겠다. 주인공인 란초 역시 현재의 교육 시스템과 정반대로 가더라도 성공할 수밖에 없는 '타고난 천재'이기에, 평범한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다소 부족함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성공'이라는 결과가 아닌 과정에 초점을 맞춰 생각해보자. 다른 학생들이 시험에서 타인을 이기기 위한 경쟁만을 할 때, 란초는 스스로를 이기기 위한 경쟁을 해오지 않았던가. 이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성공에 보내는 박수가 아깝지 않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란초의 라이벌인 차투르처럼 인생이 쉬지 않고 달려야하는 레이스라고 믿는 쪽이라면, 이 영화를 통해 마음의 위안과 여유를 얻길 바란다. 당시 고도성장을 이룩하던 인도 국민들이 왜 이 영화에 후한 점수를 줬는지 생각해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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