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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외식을 즐길 곳을 찾는다고 하면 ‘착한식당’ 맛집이 유행이었다. ‘이영돈의 먹거리 X파일’ 프로그램에서는 건강한 재료를 사용해 양심적으로 음식을 파는 곳을 착한식당으로 소개했다. 그러나 건강한 재료와 맛이 꼭 상관관계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 그 때문에 젊은 층에서는 오히려 ‘테이스티로드’ 맛집이 유행했다. 그러나 테이스티로드의 맛집들은 왠지 음식 맛보다는 식당의 분위기와 음식의 비주얼에 더 시선이 가는 가게들이 많고, 더불어 외식 비용도 점점 올라가는 추세라 부담스럽다.
그런데 이제 ‘수요미식회’ 맛집이 뜰 것 같은 예감이다. 이미 포털에서 검색하면 수요미식회 맛집이 줄줄이 뜬다. tvN에서 매주 수요일 저녁 11시에 방송되는 수요미식회는 기존의 맛집 소개 프로그램과는 약간 다른 성격을 띠고 있다. 직접 가서 먹어보고 리액션을 보여주는 기존의 맛집 소개 프로그램과는 달리 수요미식회는 스튜디오에 앉아서 토론식으로 평가하는 프로그램이다. 덕분에 “MSG가 많이 들어갔다.” “맛이 없다.” “내 입맛에는 맞지 않는다.”라는 신랄한 평가들도 오간다. 물론 이 프로그램은 어떤 식당을 비난이나 비판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은 아니다. -
수요미식회는 칼국수, 김치찌개, 치킨 등 매주 한 가지 주제의 음식을 정하고, 자문단의 심의를 거쳐 그 음식을 대표할만한 식당 4곳을 선정한다. 선정 기준은 그 분야에서의 역사와 명성이 있으며 그 음식의 원조 격인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정된 식당의 음식들은 게스트들이 각자 미리 맛보고 온 후, 그에 대해 평가를 한다.
일본의 백 년 식당에 미치지는 못하겠지만, 우리나라에도 2~3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식당들이 꽤 많다. 그 음식의 원조 격인 식당, 오래된 식당들이 기준이 되기 때문에 평가는 단순히 맛에만 중점을 두지 않는다. 한 가지 음식의 유래부터 맛 이외에 그 식당의 역사, 분위기,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그 음식에 대한 기억까지… 정말 한 가지의 음식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게 된다. -
수요미식회에서 소개되는 식당들은 오래된 만큼 이미 잘 알려진 곳들이 많다. 그 때문에 친근하다. 소개되는 4곳 중 하나쯤은 들어보거나 방문해봤던 곳이다. 그러나 단순히 음식만을 보고 방문했을 때 몰랐던 새로운 이야기들을 알게 되면서 다시 방문하고 싶어진다. “아, 나 저기 가봤어. 그땐 어땠었어.” 하며 내 기억을 꺼내볼 수도 있는 곳이다. 또한, 오래된 가게들이기에 세대를 넘어설 수 있는 식당들이 많다.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방문해 볼 만한 곳, 부모가 자녀에게 자신의 기억을 이야기 해 줄 만한 곳이 소개된다.
수요미식회의 가장 큰 미덕은 각자의 입맛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 있다. 수요미식회의 게스트들도 같은 식당에 다녀왔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천차만별이다. 모두 누군가가 맛집이라고 소개한 곳에 갔다가 실망한 기억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맛을 느끼는 입맛이 다르고, 그 음식에 대한 추억이 다르고, 누구와 함께였는지의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것을 인정하면서 음식 하나하나에 대한 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해 더 좋은 기억을 갖게 만드는 프로그램. 오늘 방문할 맛집을 찾고 있다면 수요미식회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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