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위로받고 싶은 기성세대의 심리 대변하는 ‘가족끼리 왜 이래’

  • 한은경
기사입력 2015.01.26 16:30
TV 속의 세상은 현실 세상과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현실을 잊기도 하지만 현실을 위로받기도 한다. 한때 바보 상자라고 불리기도 했던 TV 프로그램에서 사람을 배우고 인생을 배운다.
  • 출생의 비밀도 없다. 불륜은 더더욱 없다. 재벌 2세는 등장하지만, 주인공도 아닐뿐더러 멋있다기보다는 지질한 편에 가깝다. 그런데 시청하는 1시간 내내 눈물을 글썽이게도 하고 깔깔거리며 웃게도 한다. KBS 주말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다. 

  • 높은 시청률을 노리는 드라마들이 기함할만한 소재를 들고 속속 등장하지만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는 건 극히 일부의 드라마뿐이다. 그런데 이렇다 할 자극적인 소재도 없이 20% 전후로 시작해 40%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 드라마 속에 그려지는 특수상황이 하나 있긴 했다. 바로 ‘불효소송’이다. 평생 자식 뒷바라지를 하며 희생해 온 아버지 차순봉이 자녀 삼 남매를 대상으로 불효소송을 제기한다. 아버지가 원하는 불효소송의 대가는 돈이 아닌 아버지로서의 존중. 합의 조건 또한 아래와 같다.

    아침은 같이 먹기. 하루에 한 번 아버지에게 전화하기. 독신을 선언한 장녀 차강심에게는 3개월간 10번의 선보기를, 병원원장 처가살이를 선택한 장남 차강재 부부에게는 3개월간 함께 살기를 제안한다. 안정된 직장이 없는 막내아들 차달봉에게 요구한 것은 한 달에 100만 원씩의 용돈. 어찌 보면 억지로 보일 수도 있는 이 합의 조건들은 3개월 시한부라는 아버지의 상황과 맞물려 공감을 얻는다.

  • 어느 시대나 세대 간의 단절은 있었지만, 사회가 변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그 간극이 더욱 크게만 느껴지는 요즘이다. 아무리 내리사랑이라지만 내 품을 떠난 자식은 남만도 못하다. 자식의 뒤만 바라보는 많은 부모는 드라마 속 차순봉의 불효소송에 통쾌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내가 시한부라면 어떻게 할까?” 현실적인 상상도 해봤을 것이다. 자녀들은 또한 자연스레 자신의 부모를 떠올렸을 것이다. 나 또한 차강심이고, 차강재고, 차달봉이라 못내 뜨끔했을 것이다.

    ‘가족끼리 왜 이래’의 인기를 보면서 최근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국제 시장’이 떠오른다. 다뤄지는 시대상이나 소재는 완연히 다르지만, 아버지의 이야기이며 기성세대에 대한 위로가 느껴진다는 것에서 어딘지 닮아있는 느낌이다. 그 영화가, 이 드라마가 인기가 있는 것은 자녀들이, 또 부모가 서로 표현하지 못하는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이 아닐까. 물론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 서로의 속내를 터놓고 손을 한 번 더 맞잡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 역시도 예나 지금이나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 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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