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불륜을 저지른 아내, 당신의 선택은 이혼인가요?

  • 한은경
기사입력 2015.01.13 11:20
TV 속의 세상은 현실 세상과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현실을 잊기도 하지만 현실을 위로받기도 한다. 한때 바보 상자라고 불리기도 했던 TV 프로그램에서 사람을 배우고 인생을 배운다.
  • 과거 통념적인 배우자의 부정(不貞)은 주로 남성 배우자에게서 비롯되었다.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아내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혹은 자식 때문에 그 사실을 덮고 그대로 함께 살아간다고 생각했다. 남편의 외도를 털어놓는 커뮤니티에서는 ‘이혼하라’고 종용하는 댓글이 대부분이고, 그와 같은 상황을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이들 또한 배우자의 외도를 알고도 이혼하지 못하는 여성을 되려 비난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만약 상황을 바꾸어 아내가 외도한다면 어떨까? 게다가 만약 자식도 없다면? 귀책사유가 아내에게 있으니 경제적인 이유가 헤어지지 않을 핑계는 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쉽사리 이혼할 수 있을까?

  • ‘일리 있는 사랑’ 역시 흔하디흔한 드라마의 소재인 ‘불륜’을 다루고 있다. 요즘은 남편의 외도가 아닌 아내의 외도를 다루는 드라마도 꽤 많으며, 아내들은 하나같이 남편보다 젊거나 혹은 아내를 함부로 대하는 남편과 정반대의 젠틀한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만일 주부를 위한 판타지 드라마라면 남편을 떠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것이 드라마의 결론이 될 수도 있다. 물론 그런 내용의 드라마를 바라보는 남편들은 속이 뒤집어지겠지만.

    그런데 이 드라마는 그런 평범한 불륜 드라마와는 조금 다르다. 제목처럼 ‘일리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서일까? 아내의 외도를 안 이후 남편의 행동은 지질하기 짝이 없지만, 아내는 그런 남편을 여전히 사랑한다고 한다. 아내와의 이혼을 결심한 남편 또한 아내의 가족들, 심지어 아내의 외도 상대와도 자꾸만 얽힌다. 결혼 7년째 자식도 없는 부부고, 경제적으로 각자 벌이가 있으니 미련 없이 돌아설 만도 한데 이혼이 쉽지 않다.

    아내를 사랑하게 된 청년은 그 상황이 답답하다. 이혼하지 않을 거면 말고 이혼을 한다고 했으면 빨리해버렸으면 좋겠다. 그럼 내가 조금 더 당당하게 그 여자를 사랑할 수 있을 텐데. 그런 그에게 아내는 도리어 차갑다. 아내와 남편이 함께 살을 맞대고 살아온 시간이 7년이다. 청년이 짐작할 수도 없는 부부만의 시간, 그것은 잠깐의 설렘으로 무 자르듯 잘라낼 수 있는 의미 없는 시간이 아니다. 부부간에 서로 소원해졌기 때문에 청년에게 설렜던 게 아니었다. 드라마는 묻는다. 평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배우자 이외의 누구에게도 설렘을 갖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지.

  • tvN '일리 있는 사랑' 중 한 장면
    ▲ tvN '일리 있는 사랑' 중 한 장면
    ‘일리 있는 사랑’의 또 다른 주목할만한 점은 의식만 있을 뿐 거의 식물인간 상태나 다름없는 시누이를 아내가 돌보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드라마에서는 고된 시집살이를 상징할 법한 상황이지만, 이 드라마 속에서 아픈 시누이는 아내의 절친한 친구이자 대나무 숲이 된다. 실제로는 눈을 깜박거리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누이지만, 그녀만의 상상 속에서 그녀는 자유롭게 움직이고 말을 한다. 때로는 시청자의 가슴을 뻥 뚫어주는 독설을 퍼붓기까지 한다.

    그러나 정작 식물인간 상태의 그녀를 보면서 우리는 느낀다. 먹는 즐거움, 말하는 즐거움, 스스로 걷고 뛰는 것의 즐거움. 그 당연하고 평범한 일상에 대한 간절함 앞에서 사랑도, 불륜도, 용서도, 화해도 결국은 사치가 아닐는지. 이 드라마가 끝까지 설득력 있게 그려질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일리 있는 사랑’은 매주 월요일, 화요일 밤 11시에 tvN에서 방송된다.

  • 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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