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서 김 서방 찾기라는 말이 있다. 정확한 주소나 이름 없이 사람 찾기란 매우 어렵다는 말로, 그만큼 서울에는 김 씨 성을 가진 남자가 흔하다는 뜻으로도 바꿔 말할 수 있다.
서울 바닥의 흔하디흔한 김 서방처럼 요즘 드라마에서도 흔하디흔한 존재가 있다. 실제 생활에서는 TV나 신문으로나 접할 법한 존재지만, 유독 드라마에서는 옆집 아저씨처럼 익숙한 존재. 바로 재벌이다.
한국 드라마에 재벌 캐릭터가 등장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요즘에는 재벌 없는 드라마란 찾아볼 수 없는 것 같다. 현재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만 봐도 그렇다. 닐슨코리아가 제공한 2015년 1월 5일~11일까지의 드라마 주간 시청률 순위에 따른 1위에서 10위까지의 모든 드라마에는 재벌이 등장한다.
요즘 시청률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KBS2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차강심(김현주 분)과 목하 열애 중인 문태주(김상겸 분) 상무는 재벌 2세다. MBC 주말드라마 ‘전설의 마녀’에서는 신화그룹이라는 재벌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으며, KBS1 일일드라마 ‘당신만이 내사랑’에서는 대기업 푸르트코리아의 딸인 남혜리(지주연 분)가 송도원(한채원 분)과 이지건(성혁 분)의 사랑을 방해하고 있다. -
이 외에 KBS2 일일드라마 ‘달콤한 비밀’의 천성운(김흥수 분), MBC 주말드라마 ‘장미빛 연인들’의 이영국(박상원 분), MBC 아침드라마 ‘폭풍의 여자’ 도혜빈(고은미 분),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 장화엄(강은탁 분), K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 서범조(김영광 분), SBS 아침드라마 ‘황홀한 이웃’ 최이경(박탐이 분), SBS 일일드라마 ‘달려라 장미’ 황태자(고주원 분)까지 모든 드라마에 재벌은 어김없이 등장한다.
드라마에 재벌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일반인과 달리 경제적인 구애를 받지 않아 드라마의 다양한 판타지를 재현하기 쉽기 때문이다. 드라마 제작에 간접광고(PPL)의 비중이 높아진 요즘은 다양한 상품들을 자연스럽게 노출하기 편하다는 이유도 재벌의 등장을 부추기고 있다. 오죽하면 한국 드라마의 3대 요소가 ‘막장, 배신, 재벌’이라는 말까지 생겼을까.
그동안 재벌은 제작진에게 도라에몽의 요술 주머니 역할을 톡톡히 해냈을지 모르겠지만, 약방의 감초를 넘어 이승밭의 개똥처럼 흔해진 재벌의 존재는 이제 식상함을 넘어 지루하기까지 하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재벌 이야기가 넘쳐나는 요즘, 드라마에서라도 재벌 이야기는 이제 그만 봐도 좋지 않을까?
관련뉴스
최신뉴스
Copyright ⓒ 디지틀조선일보&dizz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