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명대사로 돌아보는 2014년 드라마 결산

  • 한은경
기사입력 2014.12.30 10:06
TV 속의 세상은 현실 세상과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현실을 잊기도 하지만 현실을 위로받기도 한다. 한때 바보 상자라고 불리기도 했던 TV 프로그램에서 사람을 배우고 인생을 배운다.
  • 2014년 드라마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장르 드라마의 난립’이라고 평할 수 있겠다. 법률 드라마나 범죄수사 드라마 뿐 아니라 외계인에 퓨전 사극, 궁중 미스터리 사극, 의학 첩보물 등 다양한 장르의 조합이 시도되었다. 그것은 다양한 장르 드라마로 시선을 끌었던 케이블 채널의 성공 사례에 지상파가 자극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 때문에 드라마의 내용은 조금 더 어려워졌고 마니아층은 얻었지만, 시청률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이러한 도전은 다가올 2015년을 대비하는 충분히 의미 있는 시도들이었을 것이다.

    지난 2014년, 사회적으로 이슈를 만들어 내었던 몇몇 드라마들을 명대사를 통해 돌아보기로 한다.

  • 별에서 온 그대

    단연 작년 한 해 최고의 흥행 드라마로 손꼽을 수 있는 ‘별에서 온 그대’. 500년을 넘게 살아온 외계인과 스타의 사랑 이야기라는 다소 황당한 소재였으나 한국을 넘어 해외에서까지 큰 사랑을 받은 드라마다. 주로 사랑과 인연에 대한 대사들이 명대사로 남았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있어요. 지구인들은 그것을 ‘운명’이라고 부르더군요.”
    “만나야 할 이유가 있다면 만나지지 않겠습니까? 만나지 못하고 간다면 그럴 이유가 없으니 그런걸 테고요. 여기서 긴 세월 살면서 배운 겁니다.”

    밀회

    연상연하 커플에 대한 드라마의 정점을 찍었다고 할 수 있을까. 무려 스무 살 차이의 연하남과 연상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려냈으나, 단순한 불륜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음대 입시와 비리를 감춘 채 고고한 척 탈을 쓰고 있었던 상류층, 그에 편승하고자 자아를 잃었던 여인이 자신을 되찾는 과정이 클래식 음률과 함께 멋지게 어우러진 드라마였다.
    밀회 속에는 사회문제를 꼬집는 날카로운 대사들도 많았지만 가장 화제가 되고 올해의 유행어로 단연 꼽히는 건 아래의 대사가 아닐까.

    “이거 특급칭찬이야.”

  • 정도전

    고려 말에서 조선 초까지의 역사적 사건을 다룬 정도전. 퓨전 사극이 넘쳐나던 요즘, 정통 사극의 부활을 알린 드라마다. 특히 정치와 국민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남기며 현재를 돌아보게 한 의미 있는 드라마였다.

    “전장에서 적을 만나면 칼을 뽑아야 하지만 조정에서 적을 만나면 웃으세요. 정치하는 사람의 칼은 칼집이 아니라 웃음 속에 숨기는 것입니다”
    “인명은 재천이니 뭐니 하는 말들은 모두 위선이오. 사람 목숨은 결국 사람 손에 달려있는 게 아니겠소?”

    괜찮아, 사랑이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현대인들의 아픔을 돌아보게 한 치유의 드라마. 늘 마니아층에만 사랑을 받던 노희경 작가가 보다 대중에게 다가선 작품으로 꼽힌다.

    “성실하고 착한 사람은 자식한테 상처 안 줘? 천사 같은 우리 엄마도 가끔 나한테 상처 주는데?”
    “사막에서는 밤에 낙타를 나무에 묶어둬. 그리고는 아침에 끈을 풀어놓지. 그래도 낙타는 도망가지 않아. 묶여있었던 지난밤을 기억하거든. 우리가 지나간 상처를 기억하듯 과거의 상처가 현재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는 얘기지”

    미생

    하반기 최고의 이슈는 단연 ‘미생’이 아니었을까. 바둑 입단에 실패한 고졸 계약직 사원이 직장생활을 해 나가는 내용의 동명 웹툰을 드라마로 옮겼다. 회사 안의 사내 정치를 비롯한 직장인들의 애환을 현실적으로 그려내었고, 바둑에서 배운 것들을 사회생활에 적용하는 장그래의 한 수 한 수가 인상적이었던 드라마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바둑이 있다”
    “회사가 전쟁터라고? 밀어낼 때까지 그만두지 마라! 밖은 지옥이다”
    “이왕 들어왔으니까 어떻게든 버텨봐라. 여긴 버티는 게 이기는 데다. 버틴다는 건 어떻게든 완생으로 나간다는 말이다. 넌 잘 모르겠지만, 바둑에는 이런 말이 있어. 미생, 완생. 우린 아직 다 미생이야.”

  • 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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