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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대중을 위로했던 그의 노래들을 추억하며

기사입력 2016.10.27 08:51
"신해철은 우리에게 그냥 가수가 아니라 추억이다"
  • 2014년 10월 27일. '마왕' 신해철이 우리 곁을 떠났다. 너무 갑작스러운 그의 죽음에 그를 사랑했던 많은 이들은 황망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빈소에는 많은 연예계 선후배들이 조문하고 있고, 팬들을 위해 일반인 조문을 받고 있는 가운데 약 3천여명의 일반인들이 조문을 하고 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도 진심으로 그의 죽음을 아파하는 팬들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젊은 시절부터 그의 음악을 함께 들었던 30, 40대들이 느끼는 슬픔은 더욱 큰 것 같다.
     
    "신해철은 우리에게 그냥 가수가 아니라 추억이다"
     
    신해철이 아직 의식불명의 상태에 있을 때, 한 연예프로그램에서 김국진은 "신해철씨는 우리에게 그냥 가수가 아니라 추억이다"라고 말했다. 그를 추모하는 이들의 인터넷 댓글이나 SNS 글들을 보면 한결같이 '고민 가득한 젊은 시절에 그의 음악을 들으며 이겨낼 수 있었다. 고맙다'라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의 음악이 지금의 30, 40대에게 알게 모르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실감할 수 있다.
  • ◇ 삶의 아픔과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희망과 꿈을 노래한 가수
     
    그의 음악에는 삶의 고민과 성찰이 담긴 메시지가 녹아 있다. 신해철 본인 스스로가 느꼈던 삶에 대한 치열한 고민은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온 모두의 고민이었고, 그의 음악을 듣는 모든 이가 공감할 수 있었다. 1991년 발표한 2집 myself '나에게 쓰는 편지'를 보면 그 역시도 남들과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을 다짐한다.
     
    "전망 좋은 직장과 가족 안에서의 안정과/ 은행 구좌의 잔고 액수가 모든 가치의 척도인가/ 돈, 큰 집, 빠른 차, 여자, 명성, 사회적 지위 / 그런 것들에 과연 우리의 행복이 있을까/ 나만 혼자 뒤떨어져 다른 곳으로 가는 걸까/ (중략) 난 약해질 때마다 나에게 말을 하지/ 넌 아직도 너의 길을 두려워하고 있니/ 나의 대답은 / 이젠 아냐" ('나에게 쓰는 편지')
     
    이 후에도 그는 'Hope'(넥스트 3집), ' 해에게서 소년에게', 'Hero'(넥스트 4집), '힘을 내'(넥스트 5집) 등 희망을 노래하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에 대한 격려를 잊지 않았다. 그의 노래는 그들에게 희망이었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니가 흘릴 눈물이 마법의 주문이 되어/ 너의 여린 마음을 자라나게 할거야/ 남들이 뭐래도 네가 믿는 것들을/ 포기하려 하거나 움츠려 들지마/ 힘이 들 땐 / 절대 뒤를 돌아보지마 / 앞만 보며 날아가야 해 / 너의 꿈을 비웃는 자는 애써 상대하지마/ 변명하려 입을 열지마 / 그저 웃어 버리는 거야/ 아직 시간이 남이 있어 / 너의 날개는 펴질거야" ('해에게서 소년에게')
  • ▲ 신해철 - 나에게 쓰는 편지
    ◇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는 삶에 대한 고민
     
    그의 음악에서 빠질 수 없는 이슈 중 하나가 바로 '죽음'에 관한 고민이었다. 그의 사망 소식과 함께 가장 많이 회자된 것이 그가 생전에 남겼던 유언장 영상이었다. 영상에서 그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못다 하고 떠나게 될 것을 두려워하는 남자가 남기는 유언장"이라며 아내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그만큼 그는 언제 닥칠지 모를 죽음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는데, 그의 노래에서도 이런 고민은 많이 나타났다. 넥스트 2집 발표와 함께 크게 히트를 쳤던 '날아라 병아리'라는 곡에서 그는 7살에 처음으로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노래했다.
     
    "눈물이 마를 무렵 / 희미하게 알 수 있었지 / 나 역시 세상에 머무르는 건 /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 설명할 말을 알 수는 없었지만 / 어린 나에게 죽음을 가르쳐 주었네 / 굿바이 얄리 / 이젠 아픔 없는 곳에서 / 하늘을 날고 있을까 / 굿바이 얄리 / 너의 조그만 무덤가엔 올해도 꽃은 피는지" ('날아라 병아리')
     
    그의 노래는 죽음을 알게 된 것에서 끝나지 않았고 영원하지 않을 세상에서 더욱 후회 없이 살아갈 것이라고 다짐한다. 또 후회 없이 산다는 것은 목표를 이루는 것보다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정의했는데, 생전에 마지막으로 출현했던 예능 프로그램에서 "오늘 잘 되고 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행복한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신이) 항상 지켜보고 있으니 그것이 훨씬 중요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 ▲ 신해철 - 날아라 병아리
    ◇ 사회문제에 대한 고민과 그에 대한 독설가로도 유명
     
    그는 TV토론에 나와서 독설을 날리기로도 유명했는데 그의 음악적 전성기를 겪지 못했던 세대에게는 뮤지션보다는 '독설가'라는 이미지가 더 강한 이유이기도 하다. 'N.EX.T(New EXperiment Team)'을 결성하고 이름에 걸맞은 실험적인 음악을 할 때 그런 면모가 음악에서도 많이 드러났다. 돈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세대에 대해 비판하는 'Money', 이데올로기에 빠져 각박해진 세상에 대해 노래한 'Age of no god', 'Komerican blues' 등 사회 비판적인 노래도 많이 불렀다.
     
    사랑에 관한 따뜻한 메시지도 잊지 않았던 그의 노래
     
    대중가요의 제일 중요한 소재 중 하나인 '사랑'을 노래하는 것도 그는 잊지 않았다. 신해철이라는 가수를 대중들이 사랑하게 된 것도 사랑 노래에서 시작했으니 말이다. 그의 데뷔곡이자 대학가요제 대상 곡인 '그대에게'에서부터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인형의 기사 part2', 'Here I stand for you', '먼 훗날 언젠가', '일상으로의 초대' 와 같은 여심을 사로잡을만한 사랑 노래도 많이 불렀다. 넥스트 3집에서는 동성동본으로 사랑의 결실을 맺지 못하는 이들의 마음을 담은 '힘겨워하는 연인들을 위하여'라는 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비단 동성동본 연인들 뿐만 아니라 사랑으로 상처받는 많은 이들이 위로를 받았다.
     
    ◇ "민물장어의 꿈"
     
    이처럼 신해철은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아니라 대중들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뮤지션이었다. 얼마 전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 윤종신은 "요즘은 노래에 고민을 담지 않는다"고 말했다. 요즘은 신해철과 같은 가수가 없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자신의 고민과 생각을 담고, 많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노래에 대한 그리움이 이제는 멀리 떠나버린 신해철과 그의 음악을 더욱 그립게 한다.
     
    그의 장례식장에는 생전에 말한 대로 '민물장어의 꿈'이 흘렀다. 그가 사후에 뜰 노래로 지목한 이 곡은 신해철의 철학과 삶의 성찰이 담긴 곡이라고 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너무 빨리 장례식장에 울렸지만, 그의 말처럼 이제 '미련 없이 긴 여행을 끝내고' 편히 쉬길 바란다.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 흐느껴 울고 웃으며 /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 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는 /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민물장어의 꿈')
  • ▲ 신해철 - 민물장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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