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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실제로는 금메달인 은", MBC "은메달이 더 기억돼". 방송사의 김연아 위로 자막 감동

기사입력 2014.12.08 18:20
  • 여자 피겨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답지 않은 퍼포먼스를 펼친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의 갈라쇼가 각종 패러디물을 양산하는 가운데, 석연찮은 판정으로 금메달을 빼앗긴 김연아 선수를 위로하는 방송사들의 자막이 화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김연아 헌정시를 특별 기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소트니코바의 페이스북 등에 한국인으로 보이는 이용자들이 심각한 수준의 악성 댓글을 달고 있어 '나라 망신'이라는 우려도 낳고 있다.

    ◇ KBS 메달 일지, "(실제로는 금메달인) 은" 김연아


  • KBS 한국 선수 메달 일지 자막. '(실제로는 금메달인) 은'. 출처: KBS 화면캡처
    ▲ KBS 한국 선수 메달 일지 자막. '(실제로는 금메달인) 은'. 출처: KBS 화면캡처
    지난 24일 소치 동계 올림픽 폐막식 생중계 중 KBS는 한국 선수단의 메달 일지를 자막으로 내보냈다. 이 때 20일 김연아의 은메달에 대해 '(실제로는 금메달인) 은'이라는 자막을 썼다. 각국 피겨 스케이팅 전문가들이 김연아의 은메달 판정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가운데 자막으로 김연아를 위로한 것. 방송 직후 KBS 스포츠 공식 트위터에는 'KBS 자막팀 센스 짱', '속 시원하다'는 트윗이 올라오기도 했다.

    ◇ 월스트리트저널, 김연아 헌정시 특별 기고

  •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김연아 헌정시를 특별 기고했다. 출처: 월스트리트저널 캡처
    ▲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김연아 헌정시를 특별 기고했다. 출처: 월스트리트저널 캡처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특별 기고로 김연아 헌정시를 실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for Yuna Kim'이라는 부제로 실린 이 시는 '여왕은 짐을 내려놓았다'는 말과 함께 수 많은 논란 속에서도 의연한 모습을 보인 김연아에 대한 위로가 담겨 있다. 이번 논란에 대해 외신들이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다음은 헌정시 전문.

    "그가 '나는 다 끝나 행복합니다'라고 말했을 때 / 금메달을 놓친 그를 향해 '속았다고 말하라'던 아수라장 속에서 / 난 그를 믿고 또 믿었다 / '모든 무게를 덜어냈다'는 해방감을 / 그리하여 여왕은 돌덩이 같은 짐을 내려놓았다 / 몸을 고통스럽게 짓누르고, 내면에 타오르며 수년간 자신을 괴롭힐 질투와 분노, 그리고 두려움의 짐을 / 이제 모든 게 지나갔다 / 그가 오로지 느끼는 건 평온, 기쁨, 평화뿐 / 난 그를 믿었다 / 그는 이제 스케이트화를 벗고 땅을 디딘 채 평범한 모습으로 경기장을 떠나간다"

    ◇ MBC 무한도전, "때로는 은메달이 더 기억될 수도"

  • 무한도전 자막 '때로는 은메달이 더 기억될수도' 출처: MBC 무한도전 화면 캡처
    ▲ 무한도전 자막 '때로는 은메달이 더 기억될수도' 출처: MBC 무한도전 화면 캡처
    지난 22일 방송된 무한도전에서도 김연아를 위로하는 자막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웃음 소재를 위한 회의 중 '길거리에서 시민들에게 누가 더 뺨을 많이 맞는지'를 해보자는 제안이 나왔고, 유재석은 '1등은 (박명수로) 정해져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세상은 1등만 기억해'라고 받아친 박명수의 말에 '때로는 (2등) 은메달이 더 기억될 수도'라는 자막이 등장했다. 2번이나 무한도전에 출연했었던 김연아에게 직접적인 위로의 자막을 보낸 것이다. 이를 본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가슴 뭉클함을 느꼈을 것이다.

    ◇ 소트니코바 패러디 봇물, 선수에 대한 비하로 비칠까 염려스러워

  • SBS 뉴스화면을 편집해 소트니코바의 얼굴을 가린 패러디와 소트니코바의 갈라쇼 퍼포먼스 패러디
    ▲ SBS 뉴스화면을 편집해 소트니코바의 얼굴을 가린 패러디와 소트니코바의 갈라쇼 퍼포먼스 패러디
    한편,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소트니코바 갈라쇼 패러디가 봇물이다. SBS 뉴스 엔딩자막으로 소트니코바의 얼굴을 가리기도 하고, 깃발을 든 '녹색어머니회'로 패러디하기도 했다. 특히 깃발을 그물이나 나방의 날개로 패러디 한 것이 많은데 소트니코바를 사오정의 입에서 나오는 나방으로 표현하기도 해 폭소를 자아낸다. 하지만 이 같은 패러디는 소트니코바에 대한 수준 낮은 비하로 비칠 우려가 있어 염려스럽다. 

    ◇ 김연아는 이미 전설

    우리 국민들의 분노는 10대의 어린 소녀때부터 세계 최정상에 서기까지 인고의 세월을 견딘 그녀를 지켜보았고, 은퇴를 번복하면서까지 후배들을 위해 올림픽이라는 무대에 다시 오른 그녀의 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일부 한국인들이 입에 담기에도 거북한 댓글들을 소트니코바의 페이스북 계정에 쏟아내는 것은 다음 개최국의 이름에 먹칠을 할 뿐이다. 제일 억울할 수 있는 김연아 본인은 정작 의연하게 대처해 감동을 주고 있어 더욱 그렇다.

  • 김연아가 피겨스케이팅 프리프로그램을 마친 직후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미국 NBC 화면에 잡혔다. 출처: NBC 화면 캡처
    ▲ 김연아가 피겨스케이팅 프리프로그램을 마친 직후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미국 NBC 화면에 잡혔다. 출처: NBC 화면 캡처
    많은 피겨 스케이팅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얘기하듯이 김연아는 이미 살아있는 전설이 되었다. 미국의 피겨 요정으로 불리는 미쉘 콴도 비록 올림픽에서 금메달 획득에는 실패(은1, 동1)했지만 금메달 수상자 이상으로 기억되고 있듯이, 세계신기록 보유자 김연아는 '피겨 여왕','퀸연아'로 기억될 것이다. 지난 10여년의 선수 생활동안 대한민국 국민에게 감동과 눈물을 선사한 김연아 선수를 위해서 따뜻한 격려와 감사를 표하는 것이 그녀에게는 진정한 위로가 되지 않을까?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김연아 선수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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