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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멈추고, 귀신을 보고, 영혼이 뒤바뀐다!" 판타지 드라마 전성시대

기사입력 2014.12.05 19:36
  • 400년 전 지구에 떨어진 외계남 도민준(김수현 분)과 왕싸가지 한류여신 톱스타 천송이(전지현 분)의 달콤 발랄 로맨스.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 많은 드라마 매니아들이 열광하고 있다. 무뚝뚝하지만 사랑에 눈물을 뚝뚝 흘리는 김수현과 섹시하지만 엉뚱한 매력으로 남심을 사로잡는 전지현의 로맨스가 극을 이끌어가는 힘이겠지만 최근 수년 동안 인기 드라마의 한 장르로 자리 잡고 있는 '판타지' 설정도 인기의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시간을 멈추고, 마음도 읽고"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들대표작: <별에서 온 그대>, <너의 목소리가 들려> 등
  • 판타지 드라마의 설정 중 한가지는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이다. 초자연적인 신비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들은 시청자들의 판타지적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초능력의 종류도 다양하다.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은 외계에서 온만큼 많은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 시간을 멈추고, 순간 이동을 하며, 달려오는 스포츠카를 손으로 막는다. 초능력이 빛을 발해 한동안 회자되었던 명장면은 도민준이 천송이의 사랑 고백을 모질게 거절한 후 시간을 정지해 키스를 나누었던 장면이다. 여심을 흔들었던 이 키스신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기에 더 로맨틱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2013년 여름 방영되었던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을 선보였다. 주인공 수하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으로 변호사 혜성을 도와 사건을 해결한다. 혜성의 마음을 읽어 그의 마음을 흔들기도 한다. 판타지, 로맨스, 스릴러가 조화를 이룬 이 드라마 역시 인기리에 방영되었다.

    "귀신은 알고 있다" 귀신을 보는 주인공들대표작: <아랑사또전>, <주군의 태양>, <처용> 등

  • 귀신을 보는 주인공들도 자주 등장한다. 작년 여름 인기 드라마 SBS <주군의 태양>(2013년)에서는 창백한 모습의 태공실(공효진 분)이 귀신과 대화하여 살인사건을 해결했다. 주중원(소지섭 분)과 태공실의 로맨스 뒤로 보이는 귀신들은 여름 밤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막 방영을 시작한 <처용>(2014년)은 <주군의 태양>의 뒤를 잇는다. <주군의 태양> 태공실이 귀신과 대화하며 사건을 해결한 일반인이었다면, <처용>의 윤처용(오지호 분)은 도시괴담 뒤에 숨겨진 미스터리 사건을 귀신을 통해 해결해 나가는 전문 형사다. 이 외에도 판타지 드라마의 원조격인 SBS <고스트>(1999년)와 tvN <후아유>(2013년),  MBC <아랑사또전>(2012년) 등도 귀신 보는 주인공이 출연하는 대표적인 드라마다.

    "누구냐 넌! 누구지 난?" 영혼이 바뀐 주인공들대표작: <돌아와요 순애씨>, <시크릿 가든>, <빅>, <49일> 등
  • 영혼이 바뀌는 '영혼 체인지' 판타지 드라마도 빼놓을 수 없다. 2010년 겨울을 뜨겁게 달구었던 SBS <시크릿 가든>이 대표적이다. 스턴트 우먼 길라임(하지원 분)과 까칠한 백화점 사장 김주원(현빈 분)의 영혼이 바뀐 <시크릿 가든>은 두 배우가 영혼이 바뀌었을 때 상대방의 모습을 잘 묘사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KBS 드라마 <빅>(2012년)은 남자와 남자의 영혼이 뒤바뀐 경우다. 18살 고등학생 강경준(신 분)과 30살 성인남자 서윤재(공유 분)가 교통사고가 나면서 영혼이 뒤바뀐다. 또 SBS 드라마 <49일>(2011년)은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인 신지현(남규리 분)이 다시 살기 위해 송이경(이요원 분)이라는 다른 여자의 몸에 빙의했고, 영혼체인지 드라마의 원조격인 SBS <돌아와요 순애씨>(2006년)에서는 여자와 여자의 영혼이 바뀌었다.

    "시간을 거스리는 자!" 타임머신을 타는 주인공들대표작: <인현왕후의 남자>, <옥탑방 왕세자>, <나인>, <신의> 등
  • 또 다른 판타지 설정으로 '타임슬립'이 있다. 앞서 살펴본 <별에서 온 그대>,  tvN <인현왕후의 남자>(2012년), SBS <옥탑방 왕세자>(2012년), tvN <나인>(2013년), SBS <신의>(2012년) 등 최근 2년 동안 시간을 넘나드는 드라마는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 나왔다. <옥탑방 왕세자>와 <인현왕후의 남자>처럼 과거의 주인공이 21세기 현재 대한민국으로 시간 여행을 하기도 하고, <신의>처럼 현재를 살고 있던 주인공들이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하기도 한다.

    '아홉번의 시간 여행'이라는 부제가 붙은 <나인>은 시간 여행의 기회를 9번으로 한정함으로써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9번의 20년전 시간여행 기회를 얻은 주인공은 실패를 성공으로 돌릴 기회를 얻지만, 오히려 사건을 더 복잡하게 만들어 스토리 전개의 흥미를 더했다.판타지 사극, 무협 판타지 등 다양해지는 퓨전 판타지 드라마대표작: <태왕사신기>, <해를 품은 달>, <기황후>, <구가의 서> 등
  • 사극도 이제 판타지 사극이 대세다. 전통적으로 인기를 얻었던 사극에 판타지를 가미한 판타지 사극은 색다를 재미를 선사한다. 가상의 왕조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사극 MBC <해를 품은 달>이 시청률 40%를 넘어서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현재 방영되고 있는 MBC <기황후> 역시 판타지 사극이다. <별에서 온 그대>, <아랑사또전>, <신의> 등도 판타지에 사극을 입힌 경우로 볼 수 있다.
     
    판타지 사극으로도 분류되는 <태왕사신기>(2007년)는 당시에는 흔치 않았던 판타지 무협 드라마의 장을 연 작품이다. 특히, 실존 인물 '광개토대왕'의 이야기에 무협과 판타지를 고루 가미한 실험적 드라마라 다양한 이슈를 낳았다. 이후 판타지 무협 드라마도 많이 제작되었는데, 반인반수의 주인공(이승기 분)이 활약한  MBC <구가의 서>(2013년)나 만화를 원작으로 한 SBS <무사 백동수>(2011년) 등이 있다.

    판타지 드라마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실에서 내가 경험할 수 없는 능력이나 상황을 드라마를 통해 대신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블록버스터급 판타지 드라마가 트렌드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판타지 드라마의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류를 이끌고 있는 드라마가 많이 등장했지만, 더욱 재미있고 다양한 형태의 한국형 판타지 드라마가 쏟아져나와 또 다른 한류를 이끌어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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