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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톱스타들이 선호하는 광고 품목은 시대별로 바뀌어왔다. 화장품, 냉장고, 휴대폰 등의 광고 모델이 된다는 것은 연예인의 인기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었고, 경쟁 업체간 광고 모델 선정을 놓고 벌이는 경쟁도 치열 했다.
2천년대 여자 연예인의 인기 경연장이 된 품목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소주’로, 기존 25도에서20도 전후의 순한 소주 전쟁이 시작되면서 소주 광고에 여자 모델이 기용되기 시작했다.
여자 스타들의 소주 전쟁에 포문을 연 것은 이영애다. 1999년 진로는 신제품 참이슬의 ‘대나무 숯으로 2번 걸러 깨끗한 소주’라는 컨셉에 맞춰 ‘산소 같은 여자’로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이영애를 모델로 채택했는데, 순한 소주 열풍과 모델 이영애의 활약으로 참이슬은 ‘99년 히트상품 33관왕’을 달성하며 빅히트를 치게 되었다. -
이후 참이슬은 황수정, 박주미, 김정은, 김태희 등 여자 톱스타들을 연이어 광고 모델로 내세우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갔고, 김태희, 성유리, 남상미, 김아중, 하지원, 이민정, 문채원, 공효진 등 당대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참이슬 모델로 활동해왔다.
현재 소주시장에서 하이트진로와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은 2006년에 출시되었는데, 2007년 섹시함과 친근함이라는 이중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던 가수 이효리를 모델로 발탁하며 시장점유율을 상승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소주 모델의 활동 기간은 6개월에서 1년이 보통이지만, 이효리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무려 5년간 처음처럼의 광고 모델자리를 지키며 최장수 소주 모델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효리가 광고 모델로 활약한 5년간 처음처럼의 시장점유율은 11%대에서 15%대로 약 4%포인트 상승했다.
처음처럼은 이효리 이후 유이, 현아, 효린, 구하라, 박준희 등 섹시 컨셉의 스타들을 연이어 광고모델로 채택하며 소주의 주 소비층인 남성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
2004년부터는 여자 스타들의 광고 전쟁이 소주 업계 전체로 심화되었는데, 덕분에 2개 브랜드 이상의 소주 모델 경력을 갖고 있는 스타들도 등장했다. 2004년 ㈜금복주의 ‘참소주’ 모델로 활동했던 한예슬은 2009년에 대선주조의 ‘시원소주’ 모델로 다시 채택되었으며, 2010년 말부터 2011년까지 참소주 모델이었던 박한별은 2012년 ㈜무학 ‘좋은데이’의 광고 모델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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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문화일보는 모델의 주량과 소주 점유율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기도 했다. 당시 분석에 따르면 2009년 소주 2병 이상의 주량을 가진 가수 백지영을 모델로 쓴 보해양조의 ‘잎새주’는 광주·전남 지역 시장점유율이 79%에서 80% 중반대까지 상승하고 전국적인 인기도가 높아져 당사에서는 이를 ‘백지영 효과’라고 칭할 정도로 모델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고 한다. 술 잘 마시기로 소문났던 이효리가 대표 모델로 활동했던 ‘처음처럼’ 역시 이효리 효과로 점유율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반면 진로의 ‘제이’는 소주 3잔이 주량인 배우 신민아를 모델로 썼다가 시장에서 히트를 치지 못했다. 부산을 기반으로 한 대선주조 역시 술이 약한 탤런트 한예슬을 ‘시원소주’ 모델로 기용했다가 부산 지역 시장 점유율이 하락했으며, 대구·경북의 금복주도 술을 잘 못 마시는 가수 손담비를 모델로 썼다가 시장점유율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우연인지 모르나 술을 잘 마시는 모델이 권하는 술이 더 끌린다는 반응이 있다는 건 업계 정설이라는 것이 소주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
10년이 넘는 광고 전쟁을 치르며, 최근에는 소주 광고 컨셉도 많이 변화했다. 초창기 소주 광고는 한 명의 여자 대표 모델이 소주를 권하는 형태가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복수의 스타를 기용하거나 남녀 커플이 다정하게 술을 마시는 등 자연스러운 컨셉의 광고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롯데주류는 2012년 처음처럼의 광고 모델로 아이돌 그룹 멤버인 현아, 효린, 구하라를 동시에 기용했으며, 2013년에는 조인성·박준희를 모델로 채택했다. 하이트진로는 2012년부터 참이슬 광고를 커플 컨셉으로 변경했다. 참이슬 커플 모델로는 2012년 문채원·유아인, 2013년 공효진·이수혁, 2014년 이유비·김영광이 활약해왔다.
도수 높은 주류의 TV 광고 제한으로 인해 예전보다 주춤해지긴 했지만, 소주 광고는 여전히 스타들의 인기 척도를 가늠하는 주요 품목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때로는 섹시하게, 때로는 친근하게 소주를 권하며 업계의 판도를 바꿔가는 소주 광고 전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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