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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즐기는 메멘토 모리 고전 '이반일리치의 죽음'

기사입력 2015.11.01 02:00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저 | 작가정신
  • 가볍게 즐기는 메멘토 모리 고전 '이반일리치의 죽음'
    결코 내게는 닥칠 것 같지 않은 ‘죽음’이 코 앞으로 다가온다면 삶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러시아 대 문호 톨스토이의 단편 '이반일리치의 죽음'은 갑작스러운 병으로 ‘죽음’을 맞게 된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은 법원 집무실에서 휴식 중이던 네 신사에게 '이반일리치'의 부고가 전해지며 시작된다. 친한 동료가 죽었지만, 막상 사망 소식을 접하자 사람들은 승진, 자리이동 등 이반일리치의 죽음으로 얻게 된 자신의 이득을 먼저 떠올린다. 톨스토이는 이 장면을 "비록 친한 동료가 죽었지만, 막상 사망 소식을 접하자 사람들은 으레 그렇듯이 자기가 아니라 그가 죽은 데 대해 안도하는 듯했다"고 묘사한다. 언젠가는 죽는다는 걸 알고 있지만, 나만은 영원할 것이라 믿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내게 닥치지 않은 ‘죽음’이란 그의 표현대로 '불편한 인사치레'일 뿐이다.

    '이반일리치' 역시 그랬다. 판사로서 남 부러울 것 없이 살아온 이반일리치는 사회적 부와 명예를 쌓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고, 모든 일은 성공적이었다. 모자람 없이 평온한 삶은 언제까지나 이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반일리치에게 원인 모를 병이 생기면서 그의 삶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반일리치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여러 번의 심경변화를 겪는다. 처음 그는 죽음을 부정하고, 어떻게든 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집중한다. 하지만 그의 노력은 연이어 실패하고, 죽어가는 자신을 대하는 지인들의 이중성 속에서 그는 자신이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던 것들이 죽음 앞에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깨달아간다. 그리고 삶에 있어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곱씹어보는데, 죽음을 앞둔 인간의 진실한 절규는 ‘죽음’이 아닌 ‘삶’을 오히려 부각시킨다.

    '이반일리치의 죽음'은 톨스토이의 중·단편 중 가장 훌륭하다 평가받는 작품이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사용하고 있지만, 인간 본질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과 섬세한 묘사로 인해 소설은 가볍게 읽혀나간다. 이 짧은 이야기를 고전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건 '삶'에 대한 거장의 성찰이 밀도 있게 담겨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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