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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듯 다른 모습, 세계의 창조신화

기사입력 2018.01.26 10:28
  •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창조신화는 히브리의 창조신화라 할 수 있는 구약성서의 창세기다. 그리스어로 ‘시작(Genesis)’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창세기에는 유일신인 하나님이 6일 동안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했다고 전해진다. 이 외에도 그리스 신화, 인도 신화, 중국 신화 등 세계 각지에는 각 민족의 고유 문화를 담은 창조신화가 전해지고 있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라는 물음은 시대와 지역을 초월해 전 인류가 안고 있는 궁금증이다. 재미있는 것은 묘하게도 창조신화 사이에는 닮은 부분이 많이 있다는 것. 세계 곳곳에 전해지는 세계의 창조신화를 소개한다.

  • 그리스의 천지창조 신화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태초의 세상은 혼돈 상태로, 하늘도 땅도 구분되지 않는 하나의 어둠 덩어리였다. 이 혼돈 속에서 대지 ‘가이아’가 태어나 땅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사랑의 신 ‘에로스’와 맑은 밤의 여신 ‘닉스’, 땅 속의 칠흑 같은 어두움의 남신 ‘에레보스’가 탄생했다. 닉스와 에레보스는 에로스의 힘을 빌려 땅 위를 비추는 밝은 빛의 남신 ‘아이테르’와 낮의 여신 ‘레메라’는 낳았다. 이들에 의해 밤과 낮, 땅속의 어둠과 하늘의 빛이 생겨났다.

    가이아는 홀로 ‘우라노스(하늘)’, ‘폰토스(바다)’를 낳고 우라노스와 교접을 통해 천둥, 번개, 벼락 등 대자연의 힘을 상징하는 신들을 낳아 천지가 창조된다.

    대부분의 신화에서 인간이 신에 의해 창조된 것과는 달리 그리스 신화에서는 인간이 신과 같이 대지에서 저절로 만들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 중국의 천지창조 신화
    중국 신화에 따르면 아주 먼 옛날 세상은 하늘과 땅이 한데 섞여있는 어두운 알과 같은 모습이었는데, 이 알 속에서 태초의 신 ‘반고’가 나타났다. 1만8천년동안 알 속에서 잠을 자며 자라난 반고는 잠에서 깨어 커다란 도끼로 알을 깨고 나왔다. 이 때, 알 속에 섞여있던 물질 중 가벼운 것들 것 위로, 무거운 것들은 아래로 내려가 하늘과 땅이 생겨났다.

    반고는 나눠진 하늘과 땅이 다시 붙지 않도록 하늘과 땅을 받쳐들었는데, 날마다 3미터씩 자라나 하늘과 땅이 차츰 멀어지게 되었다. 이렇게 다시 1만8천년의 시간이 지나 하늘과 땅은 지금과 같이 멀리 떨어지게 되었으나, 반고는 너무 힘이 들어 쓰러져 죽고 말았다.

    죽은 반고의 숨결은 바람과 구름이 되었고, 목소리는 천둥과 번개가 되었다. 반고의 왼쪽 눈은 해가, 오른쪽 눈은 달이 되었고, 머리카락과 수염은 별, 팔과 다리는 산과 언덕, 피부는 논과 밭이 되었다. 반고의 뼈는 금, 은 등의 광물이 되고, 피와 땀은 강과 비와 이슬, 몸에 난 털은 나무와 풀이 되었으며, 반고의 영혼은 새와 동물, 물고기, 벌레 등이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세상이 창조되었지만, 아직 세상에는 사람이 없었다. 사람을 만든 것은 ‘여와’라는 여신인데, 여와가 진흙탕에 넣었다 뺀 덩굴을 휘둘러 떨어진 진흙방울들이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 인도의 천지창조 신화
    인도에는 다양한 창조신화가 전해지고 있는데, 그 중 하나는 힌두교 고대 성전인 <리그베다>의 <푸루샤 수크타> 찬가에 나오는 이야기다.

    ‘푸루샤’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어디에든 존재하는 신으로, 그의 몸을 네 개의 토막으로 잘랐더니 세 개의 토막에서는 신들이 창조되고, 나머지 한 토막에서는 원초적인 인간인 두 번째 푸루샤가 탄생했다. 두 번째 푸루샤는 다시 신들을 위한 희생제물이 되어 몸이 조각나게 되었는데, 이때 조각난 푸루샤의 입에서는 브라만이, 팔에서는 크샤트리아, 허벅지에서는 바이샤, 발에서는 수드라가 나와 인도의 카스트제도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또, 눈은 태양, 심장은 달이 되었으며, 머리는 하늘, 다리는 땅, 배꼽은 중간 공간이 되는 등 푸루샤의 몸은 세상의 모든 것이 되었다고 한다.

    인도에 전해지는 또 다른 천지창조 신화 중 하나는 창조신 프라자파티에 대한 것이다.

    프라자파티 신화에 따르면 태초에는 깊고 어두운 원시 바다만이 있었는데, 이 바다에서 만들어진 금 달걀이 9개월 동안 떠다니다 그 안에서 조물주인 프라자파티가 나왔다. 프라자파티가 내뱉은 첫 단어는 지구가 되었고, 그 다음 단어는 하늘이 되고 계절이 나뉘어졌다.

    프라자파티는 남성도 여성도 아닌 중성이었으나,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자신을 둘로 나눠 남편과 부인이 되었다. 그리고 이들은 불, 바람, 해, 달, 새벽이라는 5명의 자식 신을 만들었는데, 이 때 시간이 만들어졌고 프라자파티는 시간의 화신이 되었다.

    프라자파티는 새로 탄생한 5명의 신 중 유일한 딸인 새벽에게 애욕을 품고 접근한다.

    그러자 다른 신들이 프라자파티를 벌하기 위해 세상의 모든 두려운 것을 모아 루드라(시바)를 탄생시켰다. 루드라는 프라자파티에게 활을 쏘아 상처를 입혔고, 상처를 입은 프라자파티가 이때 태초의 씨앗을 흘려 모든 것이 창조되었다고 한다.

  • 이집트의 천지창조 신화
    고대 이집트에서 전해지는 헬리오플리스 신화에 따르면 태초에는 오로지 어두운 혼돈의 물인 ‘눈’만이 존재했다. ‘눈’은 나일강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이 곳에서 ‘모든 것’을 뜻하는 신 ‘아툼’이 태어나 원시의 언덕을 창조한다. 아툼은 홀로 공기의 신인 ‘슈’와 증기의 신인 ‘테프누트’ 남매를 낳고, 슈와 테프누트는 부부가 되어 땅의 남신 ‘게브’와 하늘의 여신 ‘누트’를 낳게 된다.

    게브와 누트는 다시 결합하여 다섯 명의 남매를 낳았는데, 아버지인 슈는 게브와 누트의 교제를 반대해 동침하고 있던 게브와 누트를 갈라 놓은 후 누트에게 별을 만들게 했다고 한다.

    또, 다른 이야기에 따르면 누트는 태양의 신 ‘라’의 아내였는데, 게브와 사랑에 빠져 깊은 관계에 이르자 분노한 라가 ‘일년 열두 달에 속한 어느 날에도 아이를 낳을 수 없을 것이다’라며 누트를 저주했다. 이에 누트를 연모하고 있던 지혜의 신 토트가 누트를 위해 달과 내기장기를 두어 1년 12달에 속하지 않는 윤일 5일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이때부터 1년은 365일이 되었고, 누트는 최초의 5일에 다섯 자녀를 낳을 수 있었다고 한다.

    누트의 자녀들 역시 서로 부부가 되는데 남매끼리 결혼하는 이집트 신의 모습은 이집트 왕족의 결혼 형태와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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