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연 PD 화상 인터뷰 / 사진: 티빙 제공

'더 지니어스' 시리즈부터 시작해 '소사이어티 게임', '대탈출', 그리고 '여고추리반'까지 한국 추리 예능의 불모지를 개척하고 있는 정종연 PD. 이 예능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이렇게까지 한다고?'하는 놀라움을 한 번쯤 느껴봤을 터다. 누가 봐도 '추리광'일 것 같은 정종연 PD는 스스로 "추리에 진심이 아니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저 대중에게 재미를 드리는 것, 그리고 몰입하게 하는 것이 좋을 뿐이라고 했다.

최근 티빙 '여고추리반 시즌2'를 마친 정종연 PD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해 '여고추리반' 시즌1·2와 '대탈출' 시즌4까지 세 작품을 내리 공개한 그다. 특히 '대탈출' 흥행으로 대탈출 유니버스를 뜻하는 'DTCU'라는 말까지 탄생시키며 추리 예능의 대가로 불리고 있다.

전작과 달리 '여고추리반'은 OTT 서비스 티빙에서 공개되고 있다. 시즌1은 인기에 힘입어 tvN 방송 편성을 확정하기도 했었지만, 시즌2는 티빙에서만 볼 수 있다. 때문에 시청률 같은 명확한 성적을 받지 못했다고 말한 정 PD는 "인기가 피부에 와닿지 않을 때가 많지만, 담당자 분이 잘 됐다고 하셔서 그냥 그런 줄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티빙의 성장과 '여고추리반'이 윈윈하고 있는 상황에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여고추리반' 시즌1할 때와 2 때 달리진 점이 티빙이에요. 제가 특별히 잘 하지 않아도 (티빙 구독자가 늘어서) 뷰어가 늘어 있더라고요. 이제 우리가 몸 던져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티빙이 아니더라고요. 이젠 티빙이 무시할 수 없는 플랫폼으로 성장해서 그 도움도 받고 있고, 그 성장에 '여고추리반'이 조금 더 기여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정종연 PD의 예능이 사랑받는 이유는 어디서도 보지 못한 콘텐츠, 그리고 간접 체험이 주는 재미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 예능 중에서는 레퍼런스로 삼을 만한 작품이 없고,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이정도 퀄리티와 세계관의 추리 예능은 찾기 힘들다.

"제가 레퍼런스를 삼을만한 게 전무한 상태라 비교할 수 있는 게 '대탈출'밖에 없는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시청자분들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갈 때가 있을 수도 있어요. 어쨌든 혹시 그렇다 하더라도, 더 재밌고 좋은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봐주시면 좋겠어요"

연출자가 깔아 놓은 판을 풍성하게 채운 건 바로 멤버들이다. 베테랑 방송인 박지윤, 장도연을 필두로, 연반인 재재, 예능 병아리 비비, 최예나까지 본 적 없는 조합이 재미를 더했다. 여고 콘셉트인데도 세대 차이가 있는 출연진을 섭외했다. PD의 큰 그림이었다.

"스토리로만 뽑다 보면 무겁고 때로는 비현실적이고 무서운 주제가 나올 때가 있는데 그럼에도 예능이니 농담을 주고받고 깔깔대는 위트가 베이스에 있어야 했어요. 그래야 시청자분들이 이 무리한 스토리를 무리 없이 보실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세대를 아우르는 사람과 그들이 느끼는 세대 차이, 그 갭 때문에 생기는 웃음으로 분위기를 아우를 수 있는 게 박지윤, 장도연 씨에요. 두 사람이 있어서 얻어지는 장점이 크다고 봐요. 단점은 전혀 없고, 보완할 부분이 없어요. 이대로만 해주시면 좋겠어요"

"예나나 비비처럼 버라이어티가 처음인 친구들은 '원래 그런가 보다' 할 수 있어서 '내가 잘 하고 있나'하는 걱정을 다른 사람들보다 덜 했던 것 같아요. 이런 점에서 방송물이 덜 든 멤버들이 필요했어요. 녹화 중에 방구 뀌었다고 하니 말 다 했죠.(웃음) 물론 저희가 방구 뀔 기회를 준 건 아니지만요"

이번 시즌은 시즌1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추리력, 그리고 서사가 더해졌다. 특히 방송 중간중간 멤버들의 '찐' 분노와 눈물이 그려지기도 했다. 그런 멤버들의 모습이 시청자에게도 과몰입을 유발했다.

"출연자들 입장에서는 시즌1을 해보고 나니 '내가 막 해도 되겠구나'하는 걸 이번에 검증한 것 같아요. '이 프로그램 제작진은 믿어도 되는구나 그냥 막 하자'하는 마음으로 출연한 것 같아요. 그래서 멤버들도 더 몰입을 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멤버들이 욕하고 감정이 폭발하는 것들이 이 스토리를 예능으로 하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그냥 추리 소설 읽는 것보다 실제로 체험의 대리자들이 하는 것들 보는 게 더 재밌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과몰입한 출연자들이 이 프로그램이 주는 재미에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나이대 순으로 몰입하는 것 같아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박지윤 씨는 아무래도 방송 경험이 많고 제작진하고 접촉점이 많아 왔잖아요. 그래서 제작진이 안 보이면 분리불안증이 올 수가 있어요. '대탈출' 초반에 호동이 형이 그러셨거든요. 제작진이 눈에 안 보이니까 이상하고 불안을 느끼시더라고요. 촬영에 대해 연출자와 의논을 나누지 않는 것이 굉장히 두려우셨을 수도 있어요"

지난해 '여고추리반'을 공개한 뒤 '대탈출4'를 선보인 정 PD는 'DTCU'를 확장하고 있다. 팬들은 두 작품의 콜라보 시점이 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정종연 PD는 개구진 표정으로 "그런 얘기 안 나올 때 할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아무래도 팬분들께서도 양쪽 출연자가 동시에 출연하거나 본격적인 콜라보 같은 걸 기대하시는 것 같은데요. 이런 질문이 안 나올 때쯤 (콜라보) 할 거예요.(웃음) 누구도 기대하지 않고 계실 때 할 거거든요. 지금 당장은 계획이 없는데, 정말로 '이건 스토리적으로나 뭘로 보나 콜라보 각이다' 하는 그런 아이템이나 아이디어가 나와야 시도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정 PD는 차기작에 대한 질문에 두 작품뿐만 아니라 아이디어가 엄청 많은 상태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특별히 추리에 진심이지 않다"고 말했다.

"저는 그냥 몰입하는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거고요. 저 혼자 웃으면서 넘어가지 않고 사람들한테 텐션을 주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추리라는 장르를 하는 거고요. '여고추리반'을 찾아주시는 큰 이유가 '마치 내가 하는 것 같은 느낌'에 있다고 생각해서 리얼함을 전달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지난해에도 '대탈출'과 '여고추리반'을 번갈아 선보인 정종연 PD다. '여고추리반 시즌2'를 마쳤으니 이젠 '대탈출 시즌5'로 돌아올 것인지 궁금했다.

"2023년을 얘기하신다면, 피오 군이 군대를 가서 아직 출연자들이랑 얘기를 못해봤어요. 어쨌든 스케줄이 되는대로 빨리 찍고 싶기는 해요. '대탈출' 하기는 하니까 걱정 마세요"

"올해는 여러 가지 생각할 것도 많은 한 해가 될 것 같아요. 티빙이 하지 말라고 하지 않는 이상, 두 작품을 안하지는 않겠지만요. 세계로 뻗어가는 K-예능. 이런 기회가 생겨서 살짝 바깥을 볼 수 있는 시기라 놓치면 안 되지 않나 싶어요. 할 수 있을 때 빨리 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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