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시간은 안녕하십니까?” 모모와 함께하는 시간 찾기
미하엘 엔데 저 | 비룡소
시간은 금이란 말은 현대 사회에 있어 절대 진리처럼 여겨진다. 무한경쟁 사회에서 남들보다 좀 더 앞서기 위해서는 시간을 분, 초로 쪼개어 관리해도 모자라기 때문이다. 덕분에 서점에는 시간관리법에 대한 노하우를 담은 책들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효율적인 시간관리 비법을 알려준다는 특강과 프로그램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오죽하면 “하루 네 시간 자면 시험에 붙고, 다섯 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사당오락(四當五落)’이란 말이 국어사전에 등재되기까지 했을까?
사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시간은 아끼려고 할수록 더 부족해지고, 몸과 마음은 점점 지쳐간다. 어째서 시간은 쪼개면 쪼갤수록 적어지고, 삶은 이리도 고단해지는 걸까?
미하엘 엔데의 ‘모모’는 이런 시간의 비밀을 다루고 있다. ‘시간을 훔치는 도둑과, 그 도둑이 훔쳐간 시간을 찾아주는 한 소녀에 대한 이상한 이야기’라는 부제의 소설은 1973년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많은 이들에게 명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원형극장 옛터에 어디서 왔는지, 몇 살인지도 알 수 없는 신비한 소녀 ‘모모’가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모모가 나타난 후 아이들은 매일 모모를 찾아 원형극장에 와서 뛰어놀고, 어른들은 고민이나 어떤 문제가 생기면 모모를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고 해답을 찾아낸다. 이 모든 것은 다른 사람의 말을 누구보다 잘 들어주는 모모의 능력과 모모의 유일한 재산이자 얼마든지 가진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덕분에 모모는 마을 사람 모두와 친구가 되어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잿빛 연기를 피워내는 시가를 문 회색 신사들이 마을에 나타나고, 사람들에게 시간 은행에 시간을 저축하기를 권유한다. 자신들이 그동안 낭비하고 있었던 어마어마한 시간(회색 신사들이 알려준)에 놀란 사람들은 시간을 저축하기 위해 친구들과의 교제와 타인에 대한 배려, 좋아했던 다양한 활동을 끊고 일에만 매진한다. 바빠진 사람들의 주머니엔 예전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들어왔고, 더 많은 일을 해치울 수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점점 휑해지기만 한다.
사람들을 포섭하는 데 성공한 회색 신사들은 모모에게도 시간을 저축하기를 권하려 하지만, 모모의 신비한 능력 덕에 오히려 자신들의 비밀을 털어놓고 정체를 들키게 된다. 그들은 사람들이 저축한 시간으로 목숨을 이어가는 시간 도둑으로 시간을 훔치기 위해 사람들을 속여왔던 것이다.
회색 신사의 정체를 알게 된 모모는 시간을 지키는 호라 박사와 30분 뒤의 일을 미리 볼 수 있는 거북 ‘카시오페이아’의 도움으로 회색 신사들을 물리치고, 사람들에게 예전과 같은 삶을 돌려주게 된다.
‘모모’는 시간에 대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시간을 아끼는 것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눈앞에 닥친 일을 처리하느라 급급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기 쉽기 때문이다. 이것은 시간을 저축한 사람들이 불행해진 이유기도 하다.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모으고, 일을 해결하고, 중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시간을 저축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무언가를 이루고, 중요한 인물이 되고, 손에 쥐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시간 도둑인 회색 신사가 마음속에 생겨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막연히 시간이 모자란다고,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만약 그렇다면 유행하는 시간 관리법을 찾아보기 전에 미하엘 엔데의 ‘모모’를 읽어보길 추천한다. 삶의 이유와 시간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이 무엇인지 얻게 될 테니 말이다.